중국과학원, 지난달 27일 달 표토 분석 결과 발표
토양속 유리 구슬에서 물 발견, 총 2700억t 추정
태양풍이 산화규소에 부딪히면서 물 만들어져
운석 충돌시 만들어진 유리구슬 속에서 보관돼
달 개척 가속화 계기 될 듯, "먼저 가는 나라가 차지"
최근 중국이 달에 무려 2700억t의 물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큰 화제가 됐다. 희박한 대기에 약한 중력으로 메마른 표토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달에서 어떻게 그 많은 물이 생성돼 보존됐을까. 과학자들은 태양풍의 존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유인기지 건설 등 인류가 달을 우주 개척의 근거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평가다. 미국·중국 등 주요 강국들이 펼치는 달 개척 전쟁이 더 격화될 계기가 마련됐다. 우리나라도 2032년을 목표로 준비 중인 착륙 탐사선 발사 등 달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과학원(CSA)은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12월 1일 달 착륙선 창어-5호가 채집해 온 총 1.7kg가량의 달 암석과 표토를 분석해 보니 수십억 년간 형성된 지름 1㎜ 이하 미세한 크기의 유리구슬이 잔뜩 들어 있고 그 속에서 물 분자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원은 이를 바탕으로 달 전체에 무려 2700억t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달 표면 전체를 12m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중국과학원의 달 표토 분석 결과는 메마른 곳인 달에서 어떻게 물이 생성·저장됐는지 기원을 밝혀주는 단서라는 평가다. 달은 수십억 년간 완전히 메마른 곳이었다. 어쩌다 얼음을 머금은 해성·소행성이 충돌해 물이 유입되더라도 금세 우주로 증발해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태양풍’을 타고 날아온 수소 이온들이 달 표토에 충돌하면서 형성된 물은 달랐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은 "태양풍은 양성자, 즉 수소 이온(H+)으로 이뤄져 있는데 달 표면에 충돌할 때 표토의 산화철(F2O)과 반응해 물(H2O)이 만들어지고 철(Fe) 성분은 빠져나온다"면서 "아폴로 17호가 마지막 유인 탐사를 할 때 보여줬던 오렌지 색깔 표토가 바로 산화철 성분이 섞여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달의 표면은 대낮에 섭씨 123도로 뜨거워 물이 증발하지만 밤이 되면 최저 영하 233도로 차가워져 낮에 기화됐던 물의 일부가 표토에 스며들고 냉각된다. 특히 운석 충돌 시 발생한 열에너지가 달 표토의 산화규소 성분을 녹여 미세한 유리구슬을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물이 구슬 속에 들어가 보존된다. 중국과학원은 "이번 연구 결과로 달의 물 생성 원리를 밝혀낸 것은 물론, 달 표면이나 태양계 내 다른 행성에서도 (충돌로 생성된 유리구슬을 통해) 태양풍으로 만들어진 물이 저장되고 우주로 방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미래 달 개척 시 물 채취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로켓 연료 제조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과학원의 이번 발표가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1969~1972년까지 진행된 아폴로 탐사 등을 통해 인류의 눈에 처음 드러난 달의 모습은 사막과 같은 곳이었다. 그렇지만 달에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궤도선은 1990년대 이미 영구 음영지대인 달 북극 충돌구에서 물의 존재 증거를 찾아냈다. 또 2000년대 들어 아폴로 탐사 때 채취했던 월석을 첨단 기술을 동원해 분석한 결과 물 존재와 기원을 밝혀낸 연구도 잇따라 나왔었다. 2013년 미시간주립대 연구팀은 1971년 아폴로 15호가 가져온 암석 표본에 들어 있던 결정체 내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당시 ‘창세기 암석(Genesis Rock)’으로 불리는 유명한 함철 사장석(含鐵 斜長石) 15415와 60015의 알갱이를 FTIR(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법)로 분석해 6ppm의 물 성분을 발견했다. 액체 상태는 아니지만 수소 원자 1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진, 물과 관련 있는 수산기(水酸基) 형태의 물을 찾아냈다. 특히 당시 연구팀이 분석한 월석은 달의 고원지대에서 채취한 것으로, 달의 탄생 초기에 형성된 최초의 지각층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달 형성 초기부터 물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2008년에도 아폴로 월석을 이온 미세검출기로 분석해 보니 원래부터 있었던 수소 성분이 발견됐으며 이는 물의 존재를 입증하는 수산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달 자원 채취 기술을 연구 중인 KIGAM이 양성자를 이산화규소 등 산화물에 충돌시켰을 때 서로 이온을 주고받아 물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한 적이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NASA 등도 종래에 아폴로 탐사 때 가져온 월석을 섭씨 700~1400도로 가열하면 기화된 물과 헬륨 가스가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었고 아폴로 비즈(Apollo beads)도 유명해 중국과학원의 연구 결과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며 "우리도 프로톤(양성자)가 태양풍을 통해 달 표면에 부딪히면서 휘발성 물질을 생성시킨다는 것을 연구했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학원이)그동안 발전된 과학기술을 이용해 유리구슬 속에 들어 있는 물을 전자 이미지화해서 사람들이 보고 실감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물은 인간을 비롯한 생명 활동의 기본이다. 식수나 생활용수뿐만 아니라 전기 분해해 수소·산소로 바꿔 우주기지·우주선 등에 연료 및 생존용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인류는 이미 달에 대량의 물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달 유인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문 빌리지(Moon Village)’라는 이름의 달 기지를 2040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100명 안팎이 상주하면서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ESA는 2030년대 6~10명의 선발대를 보낸 후 차츰 확장해 2040년대 100명, 2050년대 1000명 거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달 남극 지점에 건설해 지하에 매장된 얼음을 녹여 식수·생활용수나 로켓 연료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미국도 2021년 달 탐사 재개를 선언하면서 유인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거주하면서 탐사를 하고 연료를 충전하는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Deep Space Gateway)’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일단 6명 정도가 거주하며 숙소·실험실·통신시설·물분해시설·우주선 이착륙 센터 등이 들어선다. 이에 앞서 미국은 2025년 이후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년 만에 달 유인 착륙 탐사인 ‘아르테미스 3호’를 발사할 예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달 궤도에 도착한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올해부터 6개 과학 장비를 동원해 달을 샅샅이 누비고 있다. 자기장·감마선 측정 장비와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 카메라를 이용해 달의 구조·지표를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최초의 우주인터넷 전송 실험을 통해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이 우주 공간에서 전파를 타기도 했다. NASA의 영구 음영지대용 카메라(섀도캠·ShadowCam)를 달아 달 남극 지대에서 아르테미스3호 착륙 지점 탐색을 돕고 있기도 하다. 2032년에는 달 착륙 탐사도 직접 시도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개발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개량해 3배 이상 성능을 키워 1.8t급의 착륙선을 달에 보내 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우주 기술 국가들도 모두 달 탐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세계 주요 나라들이 달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NASA 등은 천문학적 예산을 지출하면서 늘 외계 생명체 탐색이나 ‘과학적 탐구’를 통한 인류에 대한 지적 공헌 등을 대외 명분으로 삼는다. 실제 1960년대 체결된 유엔(UN) 외기권 조약이나 달 조약 등에서는 우주를 평화적 공간이며 인류 공동의 소유로 규정해 배타적 점유를 금지한다. 문제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먼저 차지하는 나라’가 모든 것을 갖고 우주 패권을 잡게 된다는 얘기다. 달이든 화성이든 먼저 도착한 나라가 자원이 풍부한 곳을 선점해서 기지를 만들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이미 미국은 2015년 민간 우주기업들의 우주 채굴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했다. 또 2018년 새로운 우주 정책을 발표해 우주를 미래 경제·자원탐사는 물론, 국가 안보의 핵심축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하고 대폭 강화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도 2021년 우주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비슷한 법령을 시행했다. 러시아도 우주군을 창설했고 새로운 우주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도 미국에 맞서 자체 우주정거장을 발사하는 등 최대 맞수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기존 항공자위대를 ‘항공우주자위대’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우주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스페이스 디베이트 포럼에서 미래학자 조지 프리먼은 "제3차 세계대전은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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