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우울증 환자, 5년전보다 127% 증가
과거에 비해 정신과 문턱 낮아져
최근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는 젊은층이 자발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나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일이 늘고 있다. 과거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진료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했으나, 근래 들어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심리적 장벽이 이전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20대 우울증 환자 수↑…장기간 방치해선 안 돼
MZ세대 사이에서 우울증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흔히 우울증이라 불리는 '주요우울장애'는 지속되는 우울감과 흥미의 상실 등이 주요 증상이다. 특히 우울증은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7~2021년 우울증·불안장애 진료 통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울증 환자는 93만 3481명으로 5년 전인 2017년(69만 1164명)과 비교해 3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 환자 수도 65만 3694명에서 86만 5108명으로 32.3% 늘었다.
우울증 환자 수가 늘어난 배경은 20대 환자 수가 늘어난 것과 연관 있다. 2021년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과 비교해 127.1% 폭증했다. 이에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 2017년만 하더라도 60대 우울증 환자가 전체 우울증 환자의 18.7%를 차지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2021년에는 20대 환자 수가 전체 환자 수의 19%를 차지해 60대 환자 수를 제쳤다.
이는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통계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낄 때, 혼자 앓지 않고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우울증 고백하는 유튜버·대중매체 출연하는 전문의
당초 우리 사회는 우울증을 고칠 수 있는 병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성격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강했다. 또 우울증 증상이 있어도 취업이나 이직 등에서 제도적 불이익을 받을까 봐 병원을 찾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과거 우울증 환자들은 발병 사실을 숨기고 전문가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나 대중매체에서 정신건강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자신의 증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들도 늘어났다. 우울증 증상으로 6개월째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김민주씨(26)는 "직장 상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을 앓게 됐다"며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우울증을 알리지 않으려 했는데, 퇴사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께서도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다'라며 용기를 북돋아 줘서 힘이 났다"고 덧붙였다.
유튜버들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고백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이들은 자신의 증상, 현재 상황, 치료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위로를 받고 있다. 이는 '명품 하울', '언박싱' 등을 하며 자신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유튜브 콘텐츠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 우울증 브이로그 영상에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힘내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만 기억해달라", "속마음을 얘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알려줘서 고맙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 유튜버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 시청자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나와 비슷하게 힘든 20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나도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었다. 의식적으로라도 나아지려고 노력하니까 그래도 점차 괜찮아지더라. 힘내라"고 응원했다.
대중매체에서도 정신건강을 다루는 콘텐츠가 이어지고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등장하는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금쪽같은 내 새끼' 등이 그 예다. 또 최근에는 SBS '집사부일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양재웅 형제가 출연하기도 했다.
다만 여전히 숨겨진 우울증 환자가 많아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들은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마음건강 바우처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의 정서를 지원하고 삶의 질 향상과 심리적 문제를 예방하는 게 골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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