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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주취자 돌보는데 치안력 쏟는 경찰…야간 치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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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 신고만 소화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의 주취자 보호 의무, 법으로 정해졌지만
"주취자 대응에 전 직원 동원…업무 마비"
전문가 "지침 마련해 주취자 구금 필요"

지난달 30일 오후 12시에는 전국직장경찰협의회(직협)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취자 문제 해결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주취자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고 대응하라는 것. 직협은 입장문을 통해 "주취자를 보살피느라 다른 신고 사건을 제쳐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주취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주장했다.


지난 30일 오후 12시께 전국직장경찰협의회(직협)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주취자 문제 해결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제공=전국직장경찰협의회

지난 30일 오후 12시께 전국직장경찰협의회(직협)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주취자 문제 해결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제공=전국직장경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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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전국에서 경찰관들이 술에 만취한 시민(주취자) 대처에 치안력을 쏟아붓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주취자 관련 112 신고 건수는 약 98만 건이다. 전국 2031개소(2020년말 현재)의 지구대 및 파출소가 매달 8만1000건의 주취자 처리를 요청받는 셈이다. 지구대파출소 1곳 당 일선 경찰관들은 "주취자 처리에 야간 경찰력이 과도하게 소모돼 필요한 치안 유지가 어려울 정도"라고 주취자 보호·관리 제도 개선이 절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취자 신고에 신경쓰고 있음에도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일선 경찰관 2명은 조만간 열리는 서울경찰청의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야 한다. 지난 1월 술에 만취해 한밤중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위치한 차도에 누워 있던 50대 남성을 방치했다가 차에 깔려 숨지게 했다는 것이 징계 예정 사유이다. 해당 경찰관들은 "술에 취한 남성이 차도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바로 출동했는데, 이 남성은 "건드리지 말고 떨어져 있으라"며 경찰관의 도움을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잠깐 사이 지나가던 차량이 누워 있던 남성을 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사고를 낸 것이다. 사고 당시 경찰관들은 이 남성에게서 10m 쯤 떨어져 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수유동 다세대주택 계단에서 만취한 60대 남성이 동사했다. 이 남성이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출동해 집앞까지 데려다주었지만, 그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단에서 잠들었다가 영하 7도 한파에 사망했다.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1년간 98만건 달하는 주취자 신고…"경찰에게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의무 필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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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주취자 보호는 법으로 정해진 의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주취자를 발견하면 경찰서에 보호하거나,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하는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주취자 보호 매뉴얼이 있지만 비현실적이어서 지킬 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경찰서 구내에 주취자안정실을 설치하고 주취자를 관리했으나, 유치장과 유사한 외관 등으로 인권 시비에 휘말려 2009년 폐지됐다. 2011년에는 '주취자응급의료센터' 제도를 만들어 전국 18곳의 병원 응급실에 설치했으나 현실은 유명무실하다.

경찰의 '주취자 보호조치 매뉴얼'은 "단순 주취자는 의료기관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며, 단순 주취자와 의식이 없는 만취자를 구분하고, 의식이 없는 경우 호흡이나 심장박동을 확인해 의료기관에 후송하라"고 되어 있다. 야간 응급환자를 받아서 치료해야 하는 의료기관들은 단순 주취자를 수용해 의료인력을 투입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 유흥가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경찰관은 "결국 할 수 있는건 주취자를 파출소에 데려다 놓고 주사를 받아주며 술이 깨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다른 경찰관은 "난동을 피우는 주취자가 들어오면 모든 파출소 근무자가 달라붙어서 자제시킨다"며 "그 사이에 다른 사고 신고가 들어온다면 제 때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주취자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에게 폭언·폭행을 하는 주취자는 곧바로 강제 구금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는 곧 경찰의 업무 처리 과정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신 명확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과도한 인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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