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유동성 충분…해프닝”
수도권에 거주하는 직장인 안재웅씨(37)는 지난 주말 집에서 쉬다 자주 접속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을 접했다. 애용하는 토스뱅크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놀란 안씨는 파킹통장에 예치했던 5000만원을 전액 인출했다. 그는 월요일 오전 관련 뉴스를 보고서야 토스뱅크에 재예치했다.
안씨는 “사실인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불안하고 옮기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으니 일단 (인출)해 두고 보자는 생각이었다”면서 “월요일 오전 (해프닝과 관련한) 기사를 보고 다시 토스뱅크에 목돈을 재예치했는데, 이때도 1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소문이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주말 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단 소문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폰 뱅킹런(휴대폰을 통한 연쇄 자금 인출)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때 나오기도 했다. 홍민택 대표까지 직접 나서 “토스뱅크의 유동성은 매우 풍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업권에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중의 불안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동성 위기설과 관련해 “일종의 해프닝”이라며 “토스뱅크의 수신액은 23조원으로 유동성은 매우 풍부하다”고 밝혔다.
홍 대표가 진화에 나선 것은 지난 수일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토스뱅크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대두돼서다. 발단은 토스뱅크가 지난 24일 출시한 선이자 예금 상품인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이었다. 연 3.5%의 금리에 예금한도가 1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인 이 상품은 목돈을 정해진 예치 기간(3·6개월)을 선택해 예치하면 먼저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일례로 1억원을 6개월간 예치하면 약 176만원을 즉시 받는 것이다.
선이자를 통해 또 다른 투자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니치(niche) 마케팅이지만, 얄궂게도 온라인상에서 유동성 부족 때문에 이런 상품을 개발한 것이 아니냔 ‘소문’이 퍼지면서 토스뱅크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유동성에도 문제가 없고 주말새 급격한 자금이탈 흐름 역시 없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지만 토스뱅크로선 대표까지 나서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에 이어 도이체방크(DB)까지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확산된 불안감을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은행, 저축은행이 실제로 무너졌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은행 건전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최근 불안한 해외 금융시장의 영향이 이를 더 부추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SVB와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SVB의 경우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슬랙(Slack)’을 통해 위기설이 급격히 전파됐던 것 같이, 토스뱅크 역시 블라인드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각종 괴소문이 퍼졌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분초 단위의 빠른 입·출금이 가능한 것도 유사한 대목이다.
물론 토스뱅크의 재무 상태는 SVB와 비교할 수 없이 건전하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전날 기준 토스뱅크의 여·수신 잔액은 9조3000억원, 2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대율(예금 대 대출의 비중)은 44%로 전년(12.4%)의 4배 가까이로 상승했다. 아울러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833.5%,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208%로 시중은행 평균 대비 각기 8배, 2배 이상 높다.
SVB처럼 전체 자산 대비 채권 비중은 55.5%에 달한다는 점이 불안 요소나, SVB의 발목을 잡은 장기채 비중은 극히 낮은 편이다. 토스뱅크의 전체 유가증권 대비 5년 이상 장기채 비중은 0.36%에 그쳤다. 대부분의 유가증권 자산이 유동화하기 쉽고 금리 변동성이 적은 단기채에 집중돼 있어 위험도는 높지 않다는 평가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선이자 상품은 기존 금융회사들도 취급하던 것인 만큼 상품 라인업 다양화 차원에서 내놓은 것"이라면서 “주말새 수신 잔액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선이자 예금상품에도 적잖은 수신고가 몰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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