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행궁, 수원 화령전, 오산 독산성 등
"효, 애민 등 시대·지역적 가치 충분히 검토되지 않아"
조선 정조의 신도시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산하 세계유산분과는 이달 초 회의에서 '18세기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의 잠정목록 선정 여부를 심의해 부결했다. 시간성과 도시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연속유산으로서 구성 요소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에 충분히 일조하지 못하며 일부는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18세기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은 정조가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의 보편적 가치인 효(孝), 애민 등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조성한 신도시 유적을 가리킨다.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화성 융릉과 건릉, 수원 화성을 비롯해 수원 화성행궁, 수원 화령전, 지지대비,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지, 만석거, 수원 축만제, 수원향교, 오산 궐리사 등 열 곳을 통칭한다.
경기도 측은 등재 신청서에 "효, 애민, 교화 등의 보편적 가치가 정조 재위 당시 상공업 발달, 실학사상 등과 융합돼 단기간에 강한 목적성을 갖고 구현된 계획도시의 유형적 증거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이나 왕후의 무덤을 뜻하는 능침(陵寢),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물을 논밭에 대는 관개(灌漑),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統治) 등의 기능을 아우른다"고 부연했다.
위원회는 서류 심사와 현지 조사를 병행하고 잠정목록 등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조 시대의 유교적 가치를 도시 건설과 연계해 일부 구성 요소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자 하는 시도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신청 유산 모두 정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조의 효, 애민, 교화가 인류 문명사에서 어떤 시대·지역적 가치를 가졌는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보편적 가치를 실현한 특별한 사례로 설명하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결론지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에 등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산을 모은 일종의 예비 목록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려면 잠정목록, 우선등재목록, 등재신청후보, 등재신청대상 등 네 단계의 국내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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