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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데믹' 다음 재앙이 온다"…전이 포인트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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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 시작된 은행 부실화 공포가 크레디스위스(CS)를 거쳐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까지 번졌다. 지난해부터 빠르게 전개된 고강도 긴축이 금융 시스템의 균열을 드러내면서 경제의 또 다른 축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 부실화 공포가 코로나19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번지며 전세계를 강타하는 '뱅크데믹(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 다음 타깃을 찾는 가운데 무보험 예금액 증가와 상업용 부동산·사모펀드 자산 등의 도미노 부실화가 새로운 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되고 있다.


무보험 예금액 급증...위기의 뇌관

개인과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넘치는 유동성 일부를 은행 예금으로 묶어두면서 2020~2021년 2조3000억달러(약 3000조원)가 넘는 예금액이 쌓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장 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하는 무보험 예금액 규모도 크게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FDIC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 보호 대상이 아닌 무보험 예금액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8조달러(1경398조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9년 말 대비 무려 41%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문제는 앞선 SVB 사태처럼 예금 보호 한도 이상의 큰 돈을 맡긴 개인이나 기업이 위기 징조에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을 하는 순간부터 진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SVB 파산에서 시작된 이번 은행 위기는 건전성을 위협할 큰 부실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팬데믹처럼 부실화 공포가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번졌고 감염력도 컸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노스웨스턴대, 컬럼비아대, 스탠퍼드대에서 공동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무보험 예금자의 절반만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도 약 200개 은행이 파산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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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예금액으로 투자한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전개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의 미실현손실이 급증했다. SVB처럼 미국 은행들은 팬데믹 기간 급등한 예치금을 주택저당증권(MBS)에 집중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들의 MBS 투자액은 2조8000억달러로 전체 유가증권 투자액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하기 오르면서 MBS 가격이 폭락했고, 은행들이 떠안은 미실현 손실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가격 하락으로 MBS 부문에서 발생한 미실현 손실은 36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앞선 SVB 사태처럼 중소형 은행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MBS 투매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확산은 불가피하다. 일부 은행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하던 MBS를 긴급 투매하는 상황이 이어져 MBS 가격을 추가로 끌어내리면서 위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등 자산 부실화

뱅크데믹으로 휘청인 도이체방크처럼 양호한 재무 건전성에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비중이 높은 은행들에 대한 위기 전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CS의 코코본드(AT1) 전량 상각에 이어 발생한 도이체방크 주가 폭락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등 자산 부실화 우려가 전염되고 있다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징후다. 부실 자산은 잠재된 위험이지만, 뱅크데믹에 빠진 비이성적인 시장 상황이 언젠든 또 다른 뱅크런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특히 총자산 대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형은행들이 새로운 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형은행들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대출액이 2조3000억달러로, 전체 대출액의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팬데믹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마틴 그루엔버그 FDIC 의장은 "사무용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낮은 수익과 높은 자금 조달 비용 상황이 지속된다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는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감독이 필요한 분야"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는 사무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2024년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 자금 부실화

WSJ은 사모펀드와 사채 시장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 위험의 수위를 높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지목했다. 미 SVB 붕괴에 이어 CS 등 유럽 지역 은행들이 2차 도미노로 쓰러졌고, 사모펀드 등 비유동성 투자 자금이 그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사모 시장으로 유입된 자산이 크게 늘면서 사모펀드의 관리 자산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1조7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번 은행 부실 공포가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경제전문가들과 당국의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금융권발 신용경색의 유령'이 글로벌 경제 성장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WSJ은 짚었다. 지난해 말 기준 미 전체 은행은 총 17조5000억달러의 대출과 채권 보유하고 있지만 총자산은 2조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른 미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 추정액은 1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필립 슈나블 교수는 추정했다. 코넬대학교 무역정책경제학과 교수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세계 경제는 잠재적인 위험에 봉착해 있다"며 "뱅크데믹의 파급력이 전세계 경제로 번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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