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연맹, "남성 사춘기 보낸 성전환 女, 국제대회 출전 못해"
2020년 도쿄올림픽 銀 음보마 "모든 방법 동원 싸울 것"
세계육상연맹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금지한 가운데, 이로 인해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최정상권 선수가 반발하며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육상연맹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남성으로서 사춘기를 보낸 성전환 선수는 이달 31일부터 여자부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며 개정된 규정인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규정’을 확정해 공식 발표했다.
이는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1㎞) 여자부 경기 출전 기준을 테스토스테론 5n㏖/L(나노몰) 이하로 정했던 기존 규정을 더 강화한 것이다. 연맹은 DSD 규정 적용 대상을 여자부의 모든 종목으로 확대했고, 테스토스테론 최대 허용 수치를 기존의 절반인 2.5n㏖/L 이하로 정했다.
이에 따라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 종목에는 24개월 이상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2.5n㏖/L 이하로 유지한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다른 종목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2.5n㏖/L 이하로 유지하는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한 유예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자 2020 도쿄 올림픽 육상 여자 200m 은메달리스트인 나미비아의 육상 스타 크리스틴 음보마 측이 “일방적인 행정”이라며 즉각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음보마의 코치 헨크 보타는 24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갑작스럽게 규정이 변경돼 음보마 등 여러 선수가 올해 8월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수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보마는 이번 DSD 개정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선수 중 한 명이다. 음보마의 선천적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반 여성의 0.12∼1.79n㏖/L보다 3배 이상 높은 5n㏖/L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400m가 주 종목이었던 음보마는 기존 규정으로는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아도 출전이 가능한 200m로 종목을 바꿨고,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200m에서 21초81로 은메달을 따냈다. 또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자신의 200m 개인 최고 기록을 21초78까지 단축했다.
이에 많은 전문가가 “200m에서 음보마의 독주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보마의 성공 사례를 보고 이른바 ‘DSD 명단’에 오른 다른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의 중거리 선수들이 주 종목을 200m로 바꾸기도 했다. 현재 이 명단에 올라 있는 선수는 음보마를 포함해 총 13명이다.
그러자 세계육상연맹은 “테스토스테론이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종목을 어디까지 적용해야 할지 과학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며 예고하고, 실제로 DSD 규정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음보마 측은 연맹의 규정 개정 시점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은 올해 8월19일에 개막하는데, 이는 규정이 개정된 후 6개월에 미치지 않는 시점이다. 따라서 음보마 등 13명은 지금 당장 호르몬 치료를 시작해도 세계선수권 출전이 불가능하다.
보타 코치는 “세계육상연맹 측으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연맹의 결정에 대항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처리 방식에는 맞서서 싸워야 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음보마는 좌절하지 않았다. 세계선수권 출전이 불발되더라도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2024년 파리 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있다”며 “새로운 규정은 우리에게 끝이 아닌, 넘어야 할 장애물”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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