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견 "일시·잠정적 강제조치 한계 벗어나"
반대의견 "불법 체류 외국인 급증 가능성 배제 못 해"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의 보호기간 상한을 마련하지 않은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수원지법이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해 청구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하게 되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입법자가 여러 정책적 대안을 숙고하여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25년 5월31일까지 현행 조항을 유지하기로 했다.
심판대상조항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의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보호기간 상한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집트 국적의 A씨는 2018년 7월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뒤 체류 기간을 넘겨 지내던 중 같은 해 10월 경기도 안성시에서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에게 적발돼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 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보호명령 등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재판 중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해당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헌재는 "보호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고 강제퇴거 대상자를 무기한 보호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보호의 일시적·잠정적 강제조치로서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보호기간의 상한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보호기간의 비합리적인 장기화 내지 불확실성에서 야기되는 피해를 방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행정 목적 때문에 기간의 제한이 없는 보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행정의 편의성과 획일성만을 강조한 것으로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보호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박탈에 이르러 형사 절차상 ‘체포 또는 구속’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보호의 개시 또는 연장 단계에서 독립되고 중립적인 지위에 있는 기관이 보호의 타당성을 심사해 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의 개시 또는 연장 단계에서 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중립적 기관에 의한 통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고 보호명령을 발령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절차적 기회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출입국관리법이 보호기간에 상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보호명령에 대한 이의신청, 보호기간 연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승인제도, 보호의 일시 해제 등을 통해 보호가 필요한 최소한도의 기간에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과 중국 등은 여전히 강제퇴거 대상자에 대한 수용 기간의 상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우리나라가 보호기간에 상한을 설정하게 되면 우리나라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강제퇴거 대상자의 관리로 인해 증가되는 행정비용을 어느 정도 감당할 것인지, 강제퇴거 대상인 외국인에게 어떠한 취업 기회를 부여하고 어느 정도의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토대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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