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이 27조위안(5141조 3400억원) 규모의 중국 채권시장에서 전면 철수에 나선다고 21일 블룸버그가 전했다.
블룸버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 뱅가드 그룹이 중국 상하이 지사를 폐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뱅가드 그룹은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과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를 자문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사업도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뱅가드그룹은 2021년 독립형 펀드운용사 설립 계획을 백지화한 뒤 자문서비스에 집중하기로 노선을 바꾼 바 있다.
뱅가드그룹의 중국 사업을 철수는 미국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등 중국 사업을 확장하고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행보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 역시 중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중국 화신 증권과 세운 합작 회사 '모건스탠리 화신 펀드 매니지먼트'의 지분을 100%까지 늘리기로 한 상태다.
뱅가드그룹이 시장 철수를 결정한 데는 수익성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뱅가드그룹이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입은 손실은 380만달러로, 뱅가드가 예상한 전망치의 5배를 넘어선다. 블룸버그는 "뱅가드 그룹의 낮은 브랜드와 시장 경쟁자 유입으로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며 "월가의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국 은행들과 증권사에 밀려 자산관리 분야에서는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은 비단 지난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뱅가드그룹은 2019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여러 해결책을 마련했지만 실적 악화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2021년에는 자사가 주력으로 내밀던 중국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수수료를 절반 가까이 인하했으며 최소 투자금액도 800위안(15만2464원)에서 100위안으로 내리며 고객 유치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중국의 대표 증권사 중 하나인 화타이증권의 수수료보다 높은 상황이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블룸버그는 "공격적인 중국 시장 확장에 나선 여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에는 뱅가드그룹의 결정이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펀드 자문 시장은 많은 경쟁자가 유입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으며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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