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억대 현금을 건넸다는 당시 상황을 법정에서 시연했다. 쇼핑백과 겉옷 안쪽에 수억원을 담아 전달했다는 것인데, 돈의 무게와 부피로 부자연스러운 모습에 재판부 역시 "외부에서 다 인지할 수 있는 상황 같다"며 의아하다는 모습을 보였다.
5만원권 1억원 쌓아보니 2kg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 규격은 가로 15.4㎝ 세로 6.8㎝, 두께 0.11mm다. 5만원권 한장의 무게는 1g에 조금 못 미치는 0.97g이다.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던 1억원을 한 줄로 쭉 늘어놓을 경우 총 길이가 308m에 달한다. 이 1억원을 위로 쌓으면 22cm다. 무게는 1.94kg이 된다. 유 전 본부장이 이를 양복 안쪽에 품어 들고갔다고 하는데, 현금에 상자와 쇼핑백까지 더했으니 당연히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 전 본부장이 경기도청 근처 도로의 차 안에서 전달했다던 2억원을 쌓을 경우 두께는 44cm, 무게는 3.88kg로 늘어난다. 더이상 옷 속에 숨길만한 무게와 부피가 아니기에, 유 본부장이 법정 시연에서나 실제 현장(유 전 본부장 증언이 맞다면)에서나 쇼핑백을 사용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1만원권 2억이면 007가방 2개, 사과박스 1개
5만원권이 2009년 6월 처음 등장한 이래 고액의 돈을 숨기거나 뇌물을 건네는 일이 쉬워졌다. 1만원권과 비교해 같은 돈이라도 부피가 5분의 1로 줄기 때문이다. 추적이 쉬워 위험부담이 높은 수표도 더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됐다.
1만원권은 1만장이 있어야 똑같은 1억원을 만들 수 있다. 무게는 9.4kg에 높이도 1.1m나 된다. 과거에는 주로 007 가방이나 사과박스에 돈을 넣어 전달했다. 007 가방에는 1만원권 1만장(1억원), 사과박스에는 2만4000장(2억400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만원권을 5만원권으로 바꾸면 5억원, 12억원을 넣을 수 있는 셈이다.
5만원권의 등장은 전달 방법까지 간소화 시켰다. 박카스·비타500 등 음료 박스가 새로운 매개체로 등장한 것. 2015년 성완종 전 경남 기업 회장이 비타500 박스에 3000만원을 담아 이완구 전 총리에게 건넸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실제 수많은 방송에서 실험했더니 최소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들어갔다. 이는 1만원권으로 채운 007 가방과 비슷한 액수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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