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책, 화장품 케이스에 달러 숨겨서 출국… 쌍방울, 대북송금에 임직원 총동원
쌍방울그룹이 2018~2019년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용을 전달하는 데 임직원들을 총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자신의 책과 화장품 케이스 등 소지품에 달러를 숨겨 공항 검색대를 통과, 중국 심양으로 출국했다. 도착해서는 중국 현지에 근무하는 쌍방울그룹 직원에게 달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돈을 밀반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16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쌍방울그룹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쌍방울그룹 전체가 김성태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19년 1월 23~24일경 150만 달러 상당을 북한으로 보내기 위해 대대적으로 움직였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그룹 내 자금 운용을 총괄하는 본부장으로 일해 '금고지기'로 불린다.
김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8년 11월경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사업비를 북한에 지원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500만 달러를 마련해 전달해주기로 결정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비용을 지급해주면 향후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경기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경기도가 추진하는 이권사업에도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2018년 12월29일경 중국 단둥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귀국한 후에는 이 전 부지사와 만나 외화 액수와 전달 방법 등을 논의한 뒤 재경총괄본부장 김씨에게 "비상장회사가 대출을 받는 등의 방법을 통해 외화를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외화를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2019년 1월경 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페이퍼컴퍼니 등 비상장회사 자금 등을 동원해 약 200만 달러 상당을 마련했다. 이중 150만 달러는 쌍방울그룹의 임직원 수십명에게 배분하고 각자 달러를 책, 화장품 케이스 등 본인들의 소지품에 숨겨 중국 심양으로 출국토록 했다. 도착한 직원들은 중국 현지에서 일하는 쌍방울 소속 직원에게 달러를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은 김씨가 마련한 나머지 외화를 별도로 받아 '환치기' 수법을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
나머지 300만 달러는 2019년 4월경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김씨는 다시 한번 비상장회사 법인자금 등을 뒤로 돌려 300만 달러를 마련해 환치기를 통해 마카오로 밀반출했다. 이를 받은 김 전 회장 등은 2019년 4월6일 150만 달러, 5일 뒤에는 나머지 150만 달러를 각각 조선아태위 관계자에게 줬다. 2019년 11월 김 전 회장과 김씨는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에 전달할 때도 임직원들을 총동원해 같은 방식을 썼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달 28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에 의해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횡령 및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는 2019∼2021년 김 전 회장이 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페이퍼컴퍼니 등 비상장회사의 자금 532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회장은 회사가 업무상 보유 중인 자금을 대표이사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인출, 출처를 알 수 없도록 여러 차례 수표로 교환하거나 현금화한 뒤 여러 계좌를 거쳐 다른 법인에 송금하는 수법을 사용했고, 김씨도 이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2022년 허위 직원에 급여 지급 등 계열사 자금 54억원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도 있다. 2018∼2019년 그룹 계열사가 전환사채(CB)를 3차례 발행하는 과정에서 허위 공시를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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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2019년 대북 사업을 추진하면서 김 전 회장과 800만달러(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해외로 밀반출한 다음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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