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韓日 공동기자회견 개최
사과표현 수위에 촉각
16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에 나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한 ‘제3자 변제’를 강제징용 해법으로 제시하고, 구상권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아 일본 측에 상당부분을 양보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일본 쪽의 조치가 있을지 여부가 핵심이다.
이날 한일양국은 별도의 ‘공동선언문’ 형식 없이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공동선언문이 없다는 것은 강제동원 등에 대한 일본의 문서화된 입장표명이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 입을 통해 담길 사과표현의 수위가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통한 관계복원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6일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발표한 해법에 대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만 짧게 밝혔다.
만약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과거 정부의 담화를 승계하는 것으로 사과의 뜻을 대체한다면 우리 입장에서 불충분한 호응 조치로 비칠 수 있다. ‘지금 사과한다’는 뜻이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 사과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대중 대통령-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년)’과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전후 50년 담화(1995년)’는 매우 분명한 사죄의 뜻을 담았지만, 이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담화 계승의 표현과 새로운 사과를 하는 것은 ‘성의 있는 호응 조치’의 관점으로 볼 때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봤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새로운 사과표현 없이 계승 수준에서 머무른다면, 구체적으로 과거 어떤 담화의 어떤 표현을 계승하는지 명시적인 표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다른 현안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향후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독도영유권 이슈 등 양국의 민감한 현안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어느정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지도 중요하다.
문제는 기시다 총리가 직면한 일본 국내정치의 상황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 통일교 문제 등으로 인해 자민당 장기집권의 안전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당내에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 지지율도 30% 수준으로 저조하다. 일본 내 보수 우익세력의 지지도를 감안해, 사과표현을 하더라도 수위조절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기시다 총리는 2021년 내각 발족이후부터 꾸준히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측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편 포스코는 전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40억 원을 기부를 공식화했다. 2014년 재단 출범 당시 출연하기로 한 100억원 가운데 그간 납부를 미뤘던 40억원을 냈다. 재단은 포스코를 포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계획이다.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른 것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