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시작된 BL물, 태국서 활성화
日 스토리 + K팝 비즈니스 모델 결합
홍콩 누아르 영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K팝 열풍을 이을 다음 '아시아 문화'는 태국 게이 드라마일 수도 있다. 세계적인 주간지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불고 있는 '태국 BL물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태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일본에서 시작된 드라마 전략에 K팝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日 원조 'BL'…태국서 활성화
BL(Boy's love·보이즈 러브)은 남성 두 명의 사랑을 다룬 콘텐츠 장르다. 동성애를 다룬 해외의 '퀴어 영화'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일본에서 시작됐기에 일본식 장르 문법이 짙게 남아있다는 특성이 있다. 대체로 BL은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남학교를 배경으로 진행되며, 주인공도 어리숙한 학생인 경우가 많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태국 BL물이 일본 등 선진국에서 급격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태국에 중독됐다'는 뜻의 '타이 누마(태국 늪)'라는 신조어도 유행 중이다. 태국 BL은 정부의 관광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태국 관광청은 2016년 일본 오사카 국제무역박람회에 '태국 BL 부스'를 설치, 태국산 콘텐츠를 홍보하고 나섰다.
태국 드라마에 투입된 외국 투자 자본은 3억6000만밧(1040만달러·약 137억원)에 이른다. 일본 공영 방송 'NHK'는 "태국이 BL 드라마를 통해 관광 산업을 재활성화하려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넘어 영어권까지…"가벼운 내용, 유머가 장점"
매체에 따르면 태국은 과거 일본 BL물의 수입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BL물을 보고 자란 신세대 콘텐츠 제작자들이 태국 내에서 BL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제 'BL 종주국' 일본이 태국 문물을 역수입하고 있다.
'태국 열풍'은 일본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영어권 국가는 물론 유럽에서도 태국 BL물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명 웹사이트 'BL와쳐(BLWatcher)'는 해마다 공개되는 태국 드라마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BL와쳐 측은 태국 드라마의 강점을 "멋진 배우들"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내용과 유머"로 꼽는다.
K팝 비즈니스 모델 적극 벤치마킹
태국 BL물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아시아 콘텐츠의 성공 전략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다는 것이다. 태국 BL 드라마는 일본의 '원조 BL물'이 창안한 스토리 기법을 그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상업화에는 'K팝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한다. 국내 연예기획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아이돌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굿즈 제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 팬서비스 이벤트 등을 활용하는데, 태국에서도 유명 드라마 주연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한다. 이를 두고 푸윈 태국 탐마삿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태국 BL은 일본과 한국을 섞은 멜팅 팟(문화적 혼합)"이라고 평가했다.
한 사례로 2020년 태국에서 제작돼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BL 드라마 '투게더 시리즈(2gether series)'는 도쿄 번화가 시부야에 테마 팝업 레스토랑, 카페를 설립해 홍보하고 있다. 실제 드라마의 배경이 된 장소를 본뜬 곳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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