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했다. 지나간 승부조작도 다시 봐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근절, 예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아직도 몇몇 사건들은 충격과 공포 속에 스포츠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다시 돌아보고 기억해보자는 의미로 국내외 승부조작 주요 사건들을 정리해봤다.
1919년 MLB '블랙삭스 스캔들'
1919년 미국 월드시리즈에서 벌어진 승부조작 사건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 최악의 승부조작 스캔들로 평가받는다. '블랙삭스 스캔들(Black Sox Scandal)'이란 오명도 붙었다. 당시 최고 1루수로 평가받던 칙 캔딜 등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도박사들의 의뢰를 받고 신시내티 레즈에 져주는 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이트삭스는 이들의 승부조작으로 레즈에 3승5패로 졌다.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1920년 9월 경찰이 조사에 나서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은 전부 영구제명됐다.
2006년 이탈리아 '칼초폴리'
2006년 이탈리아 축구계를 뒤엎은 최대 승부조작 스캔들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칼초폴리(축구게이트)'로 불린다. 루치아노 모지가 유벤투스 단장 재직 시절 축구계, 언론계 주요 인사들과의 커넥션을 이용해 심판 배정에 압력을 넣고 불리한 판정을 한 심판을 공격,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수사기관 로비, 이적협상에서 불법적으로 개입한 정황 등이 발각됐다. 이 사건으로 유벤투스는 2부리그로 강등됐고 함께 가담한 AC밀란, SS라치오, 피오렌티나, 레지나1914도 승점 삭감 등의 처벌을 받았다. 모지는 연맹으로부터 5년간 자격정지, 5년 이내 영구추방 징계를 받았다. 형사재판도 받았다. 그는 1심에서 징역 5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과 대법원은 승부조작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다만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승부조작 범행 전부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적시했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한국 스포츠에서 최초로 벌어진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이다. 프로게이머들과 코치, 감독 등이 불법 베팅 사이트 관계자들로부터 제의를 받고 고의로 경기를 지는 등 승부조작에 나섰다. 승부조작은 이미 2008년부터 암암리에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에는 1군 주전 선수들 외에도 2군 선수들까지 광범위하게 가담했다. 당대 유명 프로게이머였던 마재윤, 원종서 등도 가담한 것으로 확인돼 팬들에게 충격을 줬다.
2011년 프로축구 선수들 대대적인 승부조작
2011년 5월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윤기원이 자신의 차 안에서 번개탄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 이후 전말이 드러난 승부조작 사건이다. 창원지검 특수부가 승부조작 의혹에 연루된 브로커, 선수들을 대거 조사하면서 정규리그, 컵대회 등 광범위하게 승부조작이 이뤄진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건으로 연맹은 최성국 등 선수 40명과 브로커 7명 등 47명을 영구제명했다.
승부조작 혐의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은 이태양(왼쪽)과 문우람이 2018년 12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문우람이 회견 도중 울먹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2012년, 2016년 프로야구 승부조작
체육계 관계자들, 전문가들은 가장 충격을 받은 승부조작 사건으로 프로야구 승부조작들을 영순위로 꼽는다. 야구가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까닭에 후폭풍이 더 거셌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들은 같은 브로커들을 통해 이뤄지는 등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2012년 처음 프로야구 승부조작이 발각됐다. 이 사건 브로커들은 불법 배팅 사이트에서 '첫 볼넷 맞히기' 등 승부와 결정적인 관련이 없는 기록을 두고 배팅이 이루어지는 것을 이용해 선발 투수를 포섭해 승부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박현준과 김성현은 승부조작 혐의가 인정돼 각각 불구속, 구속기소 됐고 KBO는 이 두 선수를 영구제명했다. 2016년에는 한참 리그가 진행될 때 NC다이노스 투수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실이 적발됐다. 이어 삼성라이온즈 투수 안지만의 사설 도박장 의혹에, 넥센히어로즈 출신 상무 외야수 문우람마저 승부 조작에 연루됐다.
2013년 전북 현대 '심판 매수'
프로축구 전북 현대 소속 스카우터 A씨가 2013년 1~10월 심판 2명에게 각각 100만원씩 5번에 걸쳐 뒷돈을 주고 유리한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전북은 2013년 이 심판들이 배정된 8경기에서 3승3무2패의 성적을 올렸다. 범행은 2016년 5월 발각됐다. 이 사건으로 A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곤 2017년 6월 A씨는 전주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경찰의 추가 수사가 무마됐다. 전북 구단은 연맹으로부터 승점 9점 삭감, 벌금 1억원의 징계를 받았다.
2013년 프로농구 승부조작
강동희 당시 원주 동부 감독이 브로커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주전 선수들을 빼고 벤치 선수들을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스타 출신 지도자가 승부조작에 연루돼 충격을 줬다. 검찰 수사를 받은 강 감독은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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