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현직 경찰 간부의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 측의 자금 세탁과 횡령 정황을 포착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이 회장의 지인인 A씨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에게서 대여금 명목으로 1억원 가량의 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자금 추적을 피하고자 받은 돈을 세탁한 뒤 현금화해 이 회장에게 다시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이렇게 돌려받은 현금을 경찰 간부에게 뇌물로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회장이 자금 세탁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강원경찰청에 근무 중이던 김모 경무관에게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억2000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 회장은 대우산업개발 회계 부정 및 배임 등 혐의로 고발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A씨는 자금 세탁 과정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관련 증거의 삭제나 인멸을 지시하고 허위 진술을 교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는 최근 조사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이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전날 A씨를 소환해 추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이 회장 측 변호인인 B변호사의 개입으로 불발됐다. B변호사는 조사를 앞두고 공수처 수사 검사실로 전화를 걸어 A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고 통보하고 조사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이 회장과 A씨를 B변호사가 동시에 변호하는 건 변호사법 24조(품위유지 의무 등)와 변호사윤리장전 제22조(수임 제한)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거인멸이나 진술 조작이 이뤄질 우려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B변호사의 일방적인 조사 취소 통보로 사건 관계인들의 조사 일정이 변경됐고, 이로 인해 수사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이날 B변호사에 대한 징계 개시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신청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증거 인멸이나 조작 시도 등 범죄행위가 발견되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관계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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