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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죽음에 대한 준비는 결국 충실하게 살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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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죽음에 대한 준비는 결국 충실하게 살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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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것 앞에서 평등하다. 진시황제가 영생을 누리려고 불로초를 찾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음에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죽음은 고통스럽고 두렵고 그래서 피해야만 하는 것일까? 만약 삶이 일주일 혹은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웰다잉이다.


영국 인텔리전스 유닛(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은 2010년과 2015년 '세계 죽음의 질 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가별 생애말기 서비스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영국, 호주, 아일랜드 등이 상위권에 위치했다. 한국은 첫 조사에서 30위였다가 5년 후에 18위로 순위가 올랐는데, 20여가지 항목 중 ‘치료의 수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덕분이었다. 그러나 임종 환자와 그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줄이고 안정을 주는 의료시스템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삶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단 것이었다.

‘지금의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논하느냐’란 논어의 구절처럼,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하는 유교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현세 중심 문화는 다양하게 표현된다. 어떻게 죽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괜히 부정적인 기운이 든다고 한다. 호상(好喪)이란 단어도 한 예이다. 복을 누리고 오래 산 사람의 상사(喪事)를 뜻한다. 장례식장에서 망자에 대한 추모도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소란스럽게 음식을 나눠 먹는다. 결국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해볼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미국, 독일과 일본에서는 아예 ‘죽음 준비 교육’을 만들어 정착시켜 오고 있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아이부터 노인까지 생애주기별로 죽음에 대한 이해와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미국은 시민운동의 영향으로, 독일은 문화와 죽음을 접목한 토론을 통해, 일본은 자살 방지 등을 위해 삶의 소중함과 생명 존중을 교육하기 위해 시작됐다. 영국은 2008년 좋은 삶을 누릴 권리처럼 좋은 죽음도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임을 선언했다.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 친구와 함께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고통 없이 죽는 것을 좋은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최근 시니어 커뮤니티에 ‘웰다잉(Well-Dying)’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지난 달만 해도 필자는 두번이나 관련 강의와 책 추천을 요청받았다. 고인이 된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수업' 이란 책과 그가 선택한 웰다잉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는 책에서 자신이 새로 사귄 '죽음'이란 벗을 소개하며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웰다잉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좁게는 연명치료 중단과 호스피스 완화 의료이고, 넓게는 일상에서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동시에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것이다. 같은 맥락으로는 2005년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연설이 있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 죽음’이라고 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을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존엄사법(연명의료 결정제도)이 시행된 이래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모임이나 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의 사회복지관과 호스피스협회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가족 사진을 찍으면서 영정 사진 촬영하기, 정기적으로 유언장 작성하기, 입관 체험하기, 미리 장례식 하기 등이 있다. 실제 과정을 따라 하다 보면, 모두 ‘잘 살기 위한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엔딩코디네이터'란 과정도 선보였다. 장례에 필요한 실무를 담고 있는데, 웰다잉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불교에서는 죽음명상도 있다.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죽음에 대한 미세한 두려움과 불안을 정리해 편안한 마음이 되는 것으로, 현재 이 순간의 삶에 온전하게 깨어 있을 수 있도록 죽음 앞에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도록 하는 과정이다.


개인의 상황이나 신념에 따라 웰다잉을 준비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임을 받아들이고, 죽음과 관련된 문제를 미리 계획하고 처리하면서 내면의 평온함을 얻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삶을 밀도 높게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죽을 때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와 평화를 충분히 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시니어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웰다잉 준비를 통해 삶의 우선순위에 맞춰 인생 3막이 찬란하기를 기원한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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