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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레코드]귀족트롯 길병민 “금수저요? '기생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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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2' 도전 성악가 길병민 인터뷰
귀족 바리톤 뉴 트로트 장르 개척 '호평'
노래는 힘겨운 삶의 동아줄…금수저 오해
3인조 된 레떼아모르 "꼭 찾아올게요"

길병민(29)은 엘리트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수석 졸업하고 국내 주요 콩쿠르를 우승을 석권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월드 영 아티스트 상을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았으며, 2016년 프랑스 툴루즈 성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이탈리아, 러시아, 조지아, 오스트리아, 미국 등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차세대 오페라 가수로 도약했다. 2019년 8월에는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입성했다.


길병민[사진제공=The Road Music]

길병민[사진제공=The Road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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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했다. 이듬해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덤싱어3'에 출연해 최종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이후 크로스오버 그룹 레떼아모르의 리더로 활동을 시작했다. 레떼아모르 미디앨범 '위시', 가곡 앨범 '꽃 때', 클래식앨범 '고전의 길'도 발매했다. 지난해 뮤지컬 '엘리자벳'에 황제 프란츠 요제프 역으로 무대에 올랐고, TV조선 '미스터트롯2'에서 트로트 가수에 도전했다. '미스터트롯2'에서 성악 트로트의 새 길을 연 그는 지난 2일 최종순위 12위로 마무리했다.

길병민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귀족적이고 고급스러운 바리톤. 남 부럽지 않은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온 금수저. 타고난 오페라 가수 등 우아한 말이 그를 수식한다. 최근 서울 광화문 한 장소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그는 데뷔 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제는 말하고 싶다"며 오랜 시간 천천히 살아온 이야기를 꺼냈다.


성악 트로트 개척한 귀족 바리톤
[사진제공=TV조선 '미스터트롯2']

[사진제공=TV조선 '미스터트롯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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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에 타장르부로 출전한 이야기를 먼저 물었다. 길병민은 "인생 계획에 없던 특별한 오디션에 참가했다"며 웃었다. 그는 "매달 꾸준히 기획해온 어쿠스틱 리사이틀, 콘서트를 미루고 '미스터트롯2' 일정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타장르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장르에 얽매지 않고 노래하며 고유의 감성을 풀어낼 또 다른 길을 찾게 된 시간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송가인, 김호중 선배가 앞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에서 좋은 무대로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 이번 타장르부에 힙합 하는 슬리피, 알앤비 가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힘써온 많은 사람이 모였다. 트로트 취지와 더불어 모든 장르의 융합과 새로움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또 "성악 전공자로서 뉴 트로트를 선보이면서 최선을 다했다. 돌아가지 않고 정면 돌파했는데 장윤정-장민호 마스터께서 인정해주셔서 기뻤다. '여백' 무대가 끝나고 클래식의 결이 트로트에 묻어나는 패티 킴 선배처럼 뉴 트로트 엔터테이너가 탄생했다는 알고보니혼수상태의 심사평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노래를 통해 사랑받는 건 기적 같은 일이에요. 제 노래에 위로받았다는 말도 기쁘죠. 노래는 이번 생애 동반자이자 길동무예요. '미스터트롯2' 촬영장은 마치 명절 시골집 같았죠. 트로트로 전 세대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봤어요. 생애 주어진 시간 동안 노래하겠다 다짐했습니다."


반지하·생활고…고난 속 꽃처럼 피어난 음악

길병민은 황민호, 박성온, 송도현 등 유소년 참가자들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KBS 어린이 합창단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는 노래 잘하는 친구로 유명했다고. 덕분에 6년 내내 회장을 놓친 적 없을 정도로 인기였다고 했다. 인기 많은 금수저였냐고 묻자 그는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노래만 할 순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혹자는 클래식 전공자는 금수저, 도련님, 황태자 아니냐고 물어요. 집안이 빵빵해야 클래식을 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러고 보니 '미스터트롯2'에서 제 수식어도 '황태자'였네요. 저는 정 반대 삶을 살았어요. 밑바닥에서 시작했죠. 중고등학교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쉬어본 적이 없어요. 서울대에서도 학비를 벌었죠.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삶이 기구해서 노래를 희망의 동아줄로 삼았어요."


길병민이 처음 꺼내는 이야기에 짐짓 놀랐다. 그는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에 두 번이나 참여해 굵직한 성과를 거두면서도 흔한 사연팔이 한 번 안 했다. 이유를 묻자 "감추고 살았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특기를 인정받고 나눌 수 있을 때, 꺼내는 게 아프지 않을 때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없는 삶에서 노래를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화예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음대에 진학한 건 온전히 길병민의 노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길병민[사진제공=포트럭]

길병민[사진제공=포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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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기로 목소리를 잃었을 때 가세가 기울었어요. 영화 '기생충'(2019)에 나오는 기택(송강호)네 집 있죠?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반지하에 차오른 물을 퍼내는 장면에 공감했어요. 저도 반지하에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거든요. 중고교 시절 성악 레슨받을 형편이 안 됐는데, 학교 선생님을 잘 만난 덕분에 가능했죠. 선생님 댁에서 종일 지냈어요. 선생님께서 CD도 들려주시고, 밥도 주시면서 저를 가르치셨죠. 교육비도 못 드렸는데 감사하죠."


"서울대학교에 입학해서는 돈을 벌어가며 악착같이 살았어요. 학교 앞에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 반지하에 살았어요. 돈이 없어서 갈 데도 없었고, 개인 연습실은 꿈도 못 꾸니 늘 학교 연습실에서 연습했어요.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면서 열심히 했고 1학년 2학기부터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죠. 집안에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기 위해 활동을 멈추지 않았는데 빨리 노래를 하게 된 원동력이 됐네요."


길병민은 문득 선화예중 입학식 때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입학식을 했는데 충격적이었다. 소위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이었는데, 기사님이 몰아주는 벤츠를 타고 온 사람들이 하하호호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때 난 버스비 720원이 없어서 못 탄 적도 있었는데… 과연 내가 음악을 하는 게 맞나, 저런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도 됐다. 그 시기를 그냥 버텼다. 부모님이 빚을 져가며 밤낮으로 일해서 저를 키워주셨다"고 말했다.


그가 녹록지 않은 형편에도 음악의 꿈을 저버리지 않은 건 부모님 덕이다. 길병민은 "부모님이 너희 세대는 행복을 위해 살라는 말을 늘 하셨다. 네 꿈을 좇으라고. 네가 가장 사랑하는 게 노래니까 어떻게든 하라고. 우리가 돈은 어떻게든 마련해보겠다고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생 갚아드려야 할 사랑"이라며 커피를 들이켰다.


분명 꺼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 길병민은 용기를 냈다. 그는 "이전에는 내 이야기가 뭐 대단하다고, 함부로 꺼냈다가 손가락질당하면 어쩌나 걱정해서 망설였는데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 우리 열심히 해보자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레떼아모르는 영원히 마음속에
길병민[사진제공=The Road Music]

길병민[사진제공=The Road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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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민은 오는 12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 '로드 오브 클래식'(The Road Of Classics)을 개최한다. 데뷔 3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자리로, 앨범 수록곡을 비롯해 ‘마중’, ‘첫사랑’, ‘헌정’, ‘사랑한다 말해주오, 마리우’ 등 다양한 음악 무대를 펼친다. 밀라노 주세페 베르디 국립음악원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오페라코치 정태양이 함께 연주한다.


그는 "베이스 바리톤을 다채롭게 플레이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어필했다. 그러면서 "'로드 오브 클래식' 앨범명처럼 길병민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자 한다. 크로스오버 곡과 예술가곡 등 다양한 노래를 부를 계획이다. 일상에 지친 분들께 정통 클래식의 정수를 선보이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부지런히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길병민은 다음달 9일 영산아트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4월16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클래식 프렌즈 콘서트를 개최한다. 프렌즈 콘서트에는 로열오페라 주역으로 함께 활동한 테너 김정훈과 함께한다. 4월23일, 5월28일에는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로드 오브 클래식' 콘서트를 이어간다. 그는 "그 후에 재미있는 일도 할 계획이다. 스포일러에 해당해 밝힐 순 없지만, 곧 공개하겠다"며 웃었다.


다양한 계획도 세웠다. 길병민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채널을 통해 이야기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길병민[사진제공=The Road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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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2020)에서 3위를 차지한 레떼아모르(길병민·김성식·박현수) 활동에도 관심이 쏠렸다. 길병민은 "멤버들의 마음은 모여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3인조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가장 중요한 건 소속사예요. 3인의 소속사를 하나로 해야 레떼아모르 팀이 운영될 텐데요. 마음은 모여있는데 현실적으로 기획사를 만나 키워갈지, 기다릴지 갈림길에 서 있어요. 저는 1인 기획사이지만, 모두 소속사가 다르거든요. 지난 콘서트에서 팬들께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3인조가 됐기에 송구스러운 마음이에요. 어떻게 그려갈지 장담할 순 없지만 새로운 무기를 장착해 진화된 모습으로 시간을 두고 꼭 찾아오겠다, 이 말을 드리고 싶어요. 복잡한 노선들이 정리되면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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