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수사 밀행·신속성 저해… 피해자 보호 역행"
법원 "수사기관이 대면심리 대상… 문구 수정도 고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모두 한목소리로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도’를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확대 해석을 하고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공수처는 대법원이 입법 예고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경찰은 수사 신속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3일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에 기존에 없던 제58조의2(압수·수색의 심리) 조항 등을 신설하는 사전심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입법예고 했다. 신설된 제58조의2(압수·수색의 심리) 1항은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신설 조항에서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피의자가 대면심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수사 밀행성 등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 상황이 피의자에게 노출돼 피해자 보호에 역행하고 별도의 심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수사가 지연될 우려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대면심리 대상으로 되는 것을 전제하고 있지 않다"며 "법원은 피의자를 대상으로 심문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고 대부분은 수사기관, 즉 영장을 청구한 검사가 심문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를 부를 일은 없고, 참고인 정도를 부른다고 해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될 것"이라며 "현재 입법예고안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포괄적으로 돼 있는데, 이를 ‘수사기관’으로 좁히는 방향으로 문구를 수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방법을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자정보에 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색어 등 탐색 방법을 제한하면 범죄 수사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는 제107조(압수·수색·검증영장청구서의 기재사항) 1항에 2의2호를 신설해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와 관련된 압수수색영장 청구서에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를 기재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검색어 계획을 기재하도록 한 것은 압수수색영장 발부 여부와 범위 등을 결정할 때 참고 자료로 쓰겠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법원 관계자는 "영장을 발부할 때 기재한 검색어만으로 제한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영장청구서에 검색어를 특정해서 써달라는 것도 아니고, 기재된 검색어로 한정해서 발부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며 "영장을 들고 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참고하겠다는 맥락인데, 수사기관이 법원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 필요하다면 문구를 정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달 14일까지 개정 규칙안에 대한 의견을 받아 오는 6월1일부터 개정된 규칙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검토한 뒤 수정 과정을 거치게 되면 시행일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열고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운용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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