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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手談)]AI는 못 따라오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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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기사 펠린 켈린, 깜짝 승리
황당한 수로 AI와 바둑에서 15전 14승
바둑 경우의 수, 10의 171제곱

바둑의 경우의 수는 얼마나 될까.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전체의 개수와 견줄 만한 수준일까. 우주는 넓다는 단어만으로 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 우주 전체의 원자 개수는 10의 80제곱에 이른다고 한다.


참고로 지구에 존재하는 모래알의 전체 개수보다 우주에 있는 별의 개수가 더 많다. 별의 개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우주 전체의 원자 개수보다 많을 수는 없다. 별 하나만 해도 수많은 원자가 존재하지 않겠는가. 흥미로운 점은 바둑 경우의 수는 우주 전체의 원자 개수를 능가한다는 점이다.

바둑은 가로 19줄, 세로 19줄의 361개 지점에 흑돌과 백돌을 놓는 승부다. 바둑 경우의 수는 무려 10의 171제곱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숫자다.


'알파고 제로' 공개 / 사진=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제로' 공개 / 사진=구글 딥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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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는 바둑을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이다. 그래서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굳게 형성된 믿음이 하나 있다.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바둑 실력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란 생각.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토대로 두는 바둑을 과학기술은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주장은 맞는 말일까.


2016년 3월9일, 인간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인공지능(AI) 바둑기사 알파고의 등장이 불러온 충격파다. 서울에서 열린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세돌은 창의적인 바둑으로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기사다. 그런 이세돌이 무너졌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장면은 현실이 됐다. 공포가 번지던 그때, ‘쎈돌’ 이세돌은 기적처럼 다시 일어섰다. 3월13일 알파고와의 제4국. 이세돌의 백 78번 수에 알파고는 휘청거렸다. 난공불락의 성처럼 보였던 알파고가 무너졌다. 인류는 환호했다. 그렇다면 백 78번 수는 정말로 기막힌 묘수였을까. 알파고를 당황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선의 수인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다.


알파고 패배를 둘러싼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AI는 더 진화했다. 인간이 AI를 바둑으로 이기는 장면은 2016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줄 알았다. 미국 아마추어 랭킹 2위라는 바둑기사 켈린 펠린(Kellin Pelrine)의 에피소드가 전해지기 전까지는….


켈린 펠린은 AI 카타고(Kata GO)와 대결에서 15전 14승을 거뒀다고 한다. 카타고는 알파고를 넘어서는 기력을 지녔다. 프로 기사도 아닌 아마추어 기사가 어떻게 AI 벽을 넘어선 것일까.


승리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AI가 예측하지 못할 ‘황당한 수’를 둬서 흔드는 전법. 켈린 펠린은 AI끼리 대국을 진행하게 해서 약점을 찾아낸 뒤 이를 학습했다고 한다. 공부하는 인간이 찾아낸 해법. "돌을 크게 천천히 두어 AI를 산만하게 했다."


AI는 프로바둑 기사의 대국을 분석해 최선의 수를 학습한다. 만약 프로 기사라면 절대 두지 않을 수준 낮은 수로 응대한다면 상대(AI)는 당황하지 않을까. 입력된(학습된) 경우의 수에는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


AI는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계산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데이터의 체계와 질서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AI 계산은 통할까. AI도 빈틈은 있다. 그곳을 파고드는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은 또 다른 의미에서 난공불락의 성인지도 모른다.





류정민 이슈1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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