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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개통 즉시 10만원 지급'…저신용자 위협하는 ‘내구제’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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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결제·보이스피싱 악용 등 피해 잇따라
피해자 수사 협조·내구제 광고 차단 시급

#급전이 필요했던 강모(40·경기 파주시)씨는 최근 선불 유심을 개통하면 돈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이를 통해 10만원을 마련했다. 신용점수가 500점대인 저신용자로 1·2금융권 대출이 모조리 막히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강씨는 개통 나흘 뒤 경찰로부터 본인 명의의 휴대폰 번호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됐다는 연락을 받고 형사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실제 '내구제'대출 문의 카카오톡 메신저 화면/사진=독자 제공

실제 '내구제'대출 문의 카카오톡 메신저 화면/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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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한 내구제대출이 성행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내구제대출은 선불 유심을 개통한 뒤 명의를 넘겨주는 대가로 회선 하나당 5만~10만원, 많게는 100만원의 돈을 지급받는 것으로 불법사금융의 한 유형이다. 업자에게 이름, 연락처, 신분증 사진 등 개인정보를 건네면 알아서 개통해 돈을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내구제대출 관련 별도 통계는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대포폰(대포유심 포함)은 5만3104대로 2018년(9343대)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했다.


내구제대출은 이름 그대로 ‘나를 구제하는 대출’이라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나 보이스피싱에 악용돼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다. 강씨는 “업자들이 돈을 지급하기 전 신용 구실로 지인 메신저 프로필이나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이를 협박, 추심, 폭행 등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업자들은 신용불량자나 연체자도 이용 가능하다며 광고해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이 거절된 저신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카페 등 포털사이트에 내구제대출 광고 게시글이 버젓이 게재돼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경찰이 지난해부터 특별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검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자들이 경찰 수사망을 피해 다니는 이른바 ‘메뚜기식 영업’을 하거나 아예 해외에 서버를 두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도 신고하지 않거나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이 개통한 선불 유심을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아무리 급해도 휴대폰을 넘겨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반복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사전 예방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경찰청 등이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포털이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한 광고나 대화방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 광고 모니터링을, 과기부와 방통위는 불법 사이트 차단 및 광고 게시물 삭제 등을 맡는 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포털, 통신사 등 민간회사와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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