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 이어 도쿄23구 아파트도 매수
산케이 "유사 시 중국에 토지 귀속된다" 우려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중국의 매수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휴양지를 사들이는 것을 넘어 도쿄 등 중심가의 부동산도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움직임이 보이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이에 일본 언론은 정부가 강력한 규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일 중국 테크 전문 매체 36Kr 일본판은 오키나와 소속의 무인도를 구입한 34세 중국 여성 이야기를 소개하며 중국에서 일본 부동산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여성은 도쿄에 있는 중국 비즈니스 컨설턴트 회사 명의로 오키나와현 북쪽의 야나하섬을 구입했는데, 전체 면적의 절반인 38만㎡(11만4950평)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월 직접 섬을 찾아 “1억 원에 섬을 샀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영상을 찍어 올려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오키나와 미군 기지와 인접한 야나하섬이 외국 자본에 인수됐다는 사실에 일본 내부에서는 우려가 일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처럼 중국 자본은 토지를 비롯한 일본의 부동산을 꾸준히 매수하는 중이다. 우리나라 산림청의 기능을 맡고 있는 일본 임야청은 외국 자본이 일본에서 인수한 산림 면적이 조사 공표를 시작한 2010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말 기준 누계치는 2010년 대비 4.2배 수준이었다. 홍콩을 포함해 중국 투자자가 사들인 면적이 총 969㏊로, 외국 자본이 인수한 전체 토지 면적의 40%를 차지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자본이 일본 부동산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팬데믹 이전 2015년부터다. 당시에는 방일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휴양지 부동산 매수가 활발했다. 특히 스키장이 있는 홋카이도의 땅을 중국 기업이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민영 대기업 푸싱그룹은 2015년 말 184억엔(약 1790억원·2015년 말 환율 기준)에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가는 그 해 10~12월 일본 부동산 시장 거래가 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푸싱그룹의 계열사 클럽 메드가 5번째 리조트 시설을 홋카이도에서 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자본이 일본 중심지까지 손을 뻗기 시작했다. 휴양지를 넘어 도쿄 23구와 같은 도심 아파트 매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는 도심의 경우 중국이나 대만 현지의 부동산 이윤이 연 1~3%인데 반해 일본은 4% 이상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국은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들의 아파트 가격이 5개월째 하락세인 상황으로, 해외 매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영주권이나 비자가 없이도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외국인이 사도 증여와 상속이 가능하다는 점도 투기 열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군사 안보를 명목으로 외국인의 토지 매수를 제한하는 토지이용규제법을 2021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군사 시설 주변이나 국경 부근의 무인도 등을 외국인이 살 경우 사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대만과 인접한 오키나와의 무인도가 중국 자본에 팔리면서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달 26일 사설에서 "중국에서는 유사시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소유한 토지와 시설을 국가가 징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방동원법이 존재한다"며 전쟁 등 유사시 중국 자본이 사들인 부동산이 중국에 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토지이용규제법은 허점투성이 법안이다. 정부가 일본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중국인의 일본 부동산 매수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부동산 시장 투자 기운이 맞물려 중국의 일본 부동산 매입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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