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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선에서 처리합니다"…학교 폭력 13만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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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는 14만명…학교장 자체 해결 60% 넘어
"피해자 학습권 보장, 교우관계 유지 등 초점 맞춰야"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유병돈 기자] "가해 학생이 학교장 자체 해결로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사과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장 자체 해결을 취소하고 싶은데 동일 사안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 수 없다고 합니다."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 수가 최근 5년간 13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 학생에 대한 사과, 분리조치 등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모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폭력에 따른 처벌 수위가 낮은 데다 가해자들이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더욱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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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피해자 13만명= 3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교육부의 ‘학교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각 시·도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파악된 피해 학생 수는 12만803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가해 학생 수는 14만2117명으로 피해 학생 수보다 많았다. 각급 학교별로는 중학교 53.56%(6만8570명), 고등학교 24.68%(3만1593명), 초등학교 21.19%(2만7130명) 순이었다.


2018년 3만9478명, 2019년 4만411명 수준이던 피해 학생 수는 코로나19 여파로 등교 일수가 줄어든 탓에 2020년 1만3425명으로 줄었으나, 정상 등교가 시작되면서 2021년 2만682명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1학기에만 1만4037명으로 확연한 증가세를 보였다.


피해유형별로는 대면 교육이 줄어들면서 신체 폭력이나 금품갈취 등은 확연히 줄어든 반면 사이버폭력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만7948건, 1만6516건이던 신체 폭력 건수는 2020년 5168건, 2021년 7867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그러나 사이버폭력은 2019년 3091건에서 2021년 2577건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이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사이버폭력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다시 신체 폭력과 언어폭력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체 폭력의 경우 지난해 1학기에만 6311건을 기록하면서 2021년 전체 건수에 근접했다. 언어폭력 또한 2020년 565건, 2021년 1389건에서 지난해 1학기 1194건으로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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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자체 해결 60%= 학교장자체해결제가 도입된 2019년 2학기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학교장이 처리한 학교 폭력은 7만857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학교 폭력(12만5589건) 중 62.6%에 해당한다.


연도별로 보면 2020학년도 67.7%, 2021학년도 64.8%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1학기에는 67.8%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학폭위로 가는 비중은 약 30% 수준이었다.


현장에서는 학교나 교육청에서 학교장 자체 해결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충남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40년 재직한 A씨는 "집단 괴롭힘으로 신고를 하더라도 학교 내에서는 문제를 최대한 키우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학교장 자체 해결로 처리한 후 가해 학생에게 사과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학교 폭력으로 신고된 사안 중 자체 해결 가능한 조건에 부합하고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에는 학교장이 자체 해결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만 심의위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동일 사안으로 심의위 개최가 어렵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3조의2(학교의 장의 자체 해결)에 따르면, 학교장 자체로 사건을 종결했기 때문에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는 심의위 개최가 불가능하다. 재산상 손해 복구를 약속했다가 이행하지 않았거나 조사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추가 확인된 경우에만 요청이 가능하다.


◆가해자 서면사과·피해자 보호↓= 지난해 1학기 가해 학생의 조치 현황을 보면, 서면사과와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등의 경미한 조치가 60%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중징계인 전학은 483건, 퇴학은 18건에 불과했다. 현재는 가해자들이 학교 폭력 행위를 하더라도 생활기록부 조건부 기재로 향후 불이익도 피해갈 수 있다.


학폭위 조치사항은 서면사과(1호), 피해 학생 접촉 등 금지(2호), 학교 봉사(3호), 사회봉사(4호), 심리치료(5호), 출석 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퇴학(9호) 등으로 나뉜다.


정작 피해 학생 보호는 부실하다. 지난해 1학기 학교폭력 9951건 중 심리상담과 조언을 권한 경우는 7172건(72%)로 나타났다. 반면 일시보호와 학급교체는 각각 322건, 94건을 기록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학교장 자체 해결이 아닌 기구 차원에서 결정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피해자가 외부 전문가의 상담을 받은 후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자신에 대한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학교폭력 제도는 가해자의 편의가 상당히 반영돼있다"며 "피해자의 교우관계, 피해자의 학습권 보장 등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달 말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최근에 발생한 사안과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우려와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그런 부분을 논의하겠다"며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3월 말 정도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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