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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출산율 2배…日 산골마을이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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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출산율 2배…日 산골마을이 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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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카야마현의 산골마을인 나기초(奈義町). 인구 6000명 남짓의 이 작은 마을에 지난 1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직접 시찰을 왔다. 선거철 유세조차 오지 않을 이 산골에 총리가 직접 발걸음을 한 이유는 나기초의 놀라운 출산율 수치 때문이다.


나기초의 합계출산율은 2.95명. 지난해 일본 전체 평균 출산율 1.27명의 2배가 넘는 경이로운 수치다. 전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까지 떨어진 우리나라 출산율보다는 3배 이상 높다. 일본 뿐만 아니라 역시 저출산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 나기초 역시 불과 20년 전까지는 다른 수많은 일본 내 시골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출산율 저하와 인구감소로 다른 지자체와 합병될 뻔했던 곳이었다. 무엇이 나기초의 운명을 뒤바꿨던 것일까.


일단 일본 안팎의 언론들이 주목하는 것은 나기초의 포괄적인 지원정책이다. 나기초에서는 결혼부터 출산, 육아, 교육까지 생애주기별로 아이를 양육할 때 지원할 수 있는 부문을 최대한 지원한다. 불임 치료비의 절반을 지자체가 지원하고, 아이를 낳으면 출산 축하금 10만엔(96만원)을 받는다. 또한 18세까지 아이 의료비를 모두 지자체가 부담하며 고등학교 입학 자녀에게는 교육지원금도 지급된다.


마을 내 어르신들이 아이를 직접 돌봐주는 공용 어린이집에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직접 집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전업주부들에게도 별도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단순한 현금살포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촘촘하고 포괄적으로 제공한 것이 나기초 양육정책에서 본받을 점이라고 일본 매체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인식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절실함이다. 사실 지원정책은 지자체든 중앙정부든 예산과 항목을 편성해 집행하면 어느 곳에서도 할 수 있지만, 나기초는 다른 지역보다 이 문제를 지역주민들 스스로 매우 절박하게 느끼고 모두가 정책 추진에 힘을 모았다.


실제 나기초는 육아지원 예산 편성을 위해 중앙정부에 기대기 전에 먼저 지자체 공무원과 의원 정수를 기존보다 20~30% 감원했다. 마을의 소멸을 우려한 뼈를 깎는 조치였다고 쉽게 말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지자체 중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곳이 단 한곳이라도 있을까?


나기초의 행정 담당자는 기시다 총리와 함께 몰려온 취재진들에게 "다른 지자체에서도 충분히 시행 가능한 정책이다. 나기초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하면서 "하지만 지역사회 전체 주민이 이렇게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인식을 바꾼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도시국가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 중인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들이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아이를 그저 인적자원으로 생각하고 다른 생산자원들처럼 공적자금만 대규모로 투입하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부터 개선해야할 때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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