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근 CJ ENM 대표,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 개최
IP확보를 위한 경쟁 선제 대응 부족, 해외 시장 집중
구창근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50·사진)는 그룹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연금술사로 통한다. 자본잠식 위기에 몰린 CJ푸드빌의 구원투수로 나서 1년 만에 수익성을 개선했고, CJ올리브영으로 이동해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심었다. 이번엔 CJ ENM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구 대표는 회사의 현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CJ ENM의 미래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파워하우스'다. 'IP파워하우스는 'IP 홀딩'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IP 파워하우스'의 의미는
구창근 대표는 22일 임직원 대상으로 연 '타운홀 미팅'에서 "우리는 글로벌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경과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진 미디어 산업 환경에서 IP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는 판단이다. 방송광고 시장 정체와 티빙 플랫폼 경쟁력 열위, IP 외부 판매 등으로 지속 가능 성장이 어려워졌다는 게 구 대표의 진단이다. 미디어 시청 행태의 변화가 급속화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산업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IP 비중이 늘어 지난해 국내 드라마 기준, 넷플릭스의 보유IP 개수가 CJ ENM IP 보유 개수를 넘었다. CJ ENM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3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53.7% 감소했다.
구 대표는 "글로벌에서 소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면서 "라이선싱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IP, 360도 활용이 가능한 IP는 남에게 팔지 않고 가져가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동시에 우리의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를 유인하고, 수익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 대표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성장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CJ ENM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제작 시스템과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구축한다. 티빙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마케팅 전략을 정교화해 국내 OTT 1위 자리를 확보한다.
CJ EMN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 22일 넷플릭스가 발표한 '주간 톱10 비영어 시리즈 부문'에서 K콘텐츠 6편이 순위에 올랐다. 그 중 4편이 CJ EMN에서 기획, 제작한 작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 제작 경쟁력이 두드러지는 점은 확실하다. 수익화할 기회를 글로벌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의미이기도 하다. 구 대표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성장 기회가 남아있다"면서 "티빙의 플랫폼 역량을 높여 해외시장에서 안착하면 수익을 늘릴 수 있다"고 짚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 강도 높은 체질 개선
구 대표는 조직을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조직을 9개 본부에서 5개 본부 체제로 바꿨다. 국장직급을 폐지하고 '팀장-사업부장-본부장'으로 의사결정 단계도 간소화했다. 조직개편에 대해 구 대표는 고통스럽지만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10년 전 이재현 CJ 회장은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앞으로 조선,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새로운 국가 기간산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면서 "실제 그렇게 됐고, 그 기회를 우리가 제일 먼저 발굴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우리로서는 마지막 남은 기회고, 그 문이 닫힐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현 시점에서 전략 방향을 다시 잡고 '해야할 일'과 '각자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면 조금 더 틀을 깨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면서 "실패할 수 있지만, '레슨'을 쌓는 과정이 있다면 우리 조직 내 역량으로 축적될 것"고 말했다.
구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증권에서 유통 분야 애널리스트로 10년 넘게 활동했다. 2010년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후 지주사 CJ에서 기획팀장, 전략1실장 등을 맡았다. 2017년 CJ푸드빌 대표, 2018년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를 역임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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