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에서 조건부 재건축→최종 탈락
노원구, 정밀안전진단 용역 입찰 공고
1월 규제완화 덕에 재도전 단지 속속 등장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연식 39년 차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 아파트가 두 번째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재건축 규제 강화로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 통과하고도 최종 탈락한 아파트다. 1월 정부가 안전진단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앞서 재건축 쓴잔을 들이켰던 단지들이 속속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원구청은 지난 22일 태릉우성 재건축 판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다. 이로써 이 아파트는 조만간 두 번째 정밀안전진단을 받게 됐다.
1985년 지어진 태릉우성은 재건축 연한 30년을 훌쩍 넘겼지만 2021년 7월 사업 추진이 좌절된 곳이다. 1차 안전진단에서 D등급으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으나 공공기관의 2차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의 벽에 가로막혀 최종 탈락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대폭 늘리면서 재건축 문턱을 높인 탓이다.
그러나 1월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구조안전성 비중이 50%에서 30%로 낮아지고, 주거환경 비중이 15%에서 30%로 늘어났다. 건물이 더 버틸 수 있어도 주민의 불편함이 크면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또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더라도 중대한 하자가 없는 한 적정성 검토를 생략해주기로 했다.
이에 태릉우성 주민들의 재건축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 공릉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태릉우성은 노원구 주공 아파트보다도 더 일찍 지어졌는데도 재건축에서 탈락해 충격이 컸었다"면서 "안전진단 재도전으로 주변 노후 아파트들에서도 재건축 이야기가 더 활발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정부 당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도 최종 탈락한 단지는 태릉 우성 외에도 구로구 동부그린(2019년), 은평구 불광미성·양천구 목동9단지(2020년),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목동11단지·광진구 광장극동(2021년) 등이 있다.
이 중 불광미성은 지난해 안전진단에 재도전해 적정성 검토의 문턱을 넘었다. 광장극동도 최근 광진구청에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완료했다. 목동9단지와 목동11단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비안전진단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단지들은 재도전 시 예비안전진단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때 진도를 빼놔야 하기 때문에 최근 안전진단에 도전하는 단지들이 대거 늘었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의 늪이 깊어 안전진단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에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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