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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지속가능성 위기 외면하는 위기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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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지속가능성 위기 외면하는 위기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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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의 2.6%에서 올해 1.6% 내외로 대략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잠재성장률 2% 내외를 감안하면 1.6% 성장률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2023년의 1%대 성장률은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성 위기’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신호라는 점이다. 지난 60년간 경제개발을 통해 이룩한 ‘한강의 기적’은 이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알리는 신호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는 지난 2년간 70만명 감소했으며 2022년 대비 2026년까지 150만명, 2030년까지 287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제조업 설비투자 규모는 2015년 대비 2021년 15%에 그쳤다. 반도체 산업을 제외하면 무려 26%가 감소했다. 2022년 설비투자가 감소했으므로 2022년 통계로는 더욱 감소했을 것이다. 노동과 자본을 제외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은 경제 전체의 시스템 효율성을 반영하는 총요소생산성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총요소생산성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요소생산성은 미국의 6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근간은 각종 경제 운영제도와 기술혁신이다. 경제 운영제도는 제반 법규와 관행에 의해 결정되므로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관은 법을 만드는 국회다. 국회가 지속해서 경제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총요소생산성은 높아질 수 없다. 정치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길은 혁신생태계를 개혁하여 생산성 제고를 촉진하고 고령화 대책 등 시대 과제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사실은 세계의 지정학적 구도와 세계 무역의 틀에 심각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지난해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인플레이션 충격으로 20년간 세계 경제의 고성장과 물가안정을 가능케 했던 공동번영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신냉전과 자국 이기주의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공급사슬은 분절되고 무역 성장세는 위축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 왔던 중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으며 그것은 곧 중국에 수출시장의 30%를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경제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여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난해 8월 미국 의회는 반도체 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제정했으며 일본도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법이 투자 비용의 25%를 세액 공제하는 반면에 우리 국회는 국가 첨단산업 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 비율을 6%에서 8%로 높이는 데 그쳤다. 21대 국회는 양극화에 관련해 총 83개 법안을 제출했으나 처리한 법안은 내용이 경미한 15개에 불과하며 조세 개혁 등 핵심 법안들은 손도 못 대고 있다. 연금 개혁안은 정부로 공을 넘겼다. 아마도 당내 세력 다툼과 여야 싸움이 너무 치열해서 시대 과제는 주목할 겨를도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지속가능성 위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정치권이 시대 과제 대응을 외면할수록 성장잠재력은 더 낮아지는 반면에 위기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이런 시대적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막장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 상황은 그야말로 ‘지속가능성 위기’ 그 자체라고 할 것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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