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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왜 못 찾아" 폭도로 변한 성난 레바논 예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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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인출 제한 조치에 은행 문 부수고 방화까지
레바논, 경제난·화폐폭락·물가 급등 '삼중고'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레바논의 은행들이 장기간 예금인출을 막자 이에 분노한 예금주들이 은행 공격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50여 명의 예금주들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가에 있는 다수의 은행 지점들을 공격했다. 이들은 은행 지점 출입문 유리를 망치와 곡괭이, 돌 등으로 깨고, 출입문 앞에 타이어를 쌓아 놓고 불을 질렀다. 예금주들의 공격을 받은 은행 지점은 최소 6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은행 앞에 불이 난 가운데 성난 예금주가 예금 인출 제한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출처=로이터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은행 앞에 불이 난 가운데 성난 예금주가 예금 인출 제한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출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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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경제 위기가 시작된 후 레바논 은행들은 '뱅크런'(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대부분 고객의 예금, 특히 미국 달러화 인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레바논 예금주들은 은행 계좌에 돈이 들어 있는데도 찾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부터는 참다못한 예금주들이 무력까지 행사해가며 예금 인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배후에는 예금주 단체인 '예금자 절규'가 있다. '예금자 절규'는 시민들의 예금 인출 허용을 지지하는 단체로, 이들은 예금주들에게 이제 참지 말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시위에 동참한 파스칼 알-라이시는 AFP 통신에 "그들(은행들)은 3년 전에 우리의 돈을 훔치고 압류하고 약탈했다"며 "우리 중에는 수백만 달러의 소유주이지만 정작 주머니에는 한 푼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다른 해결책은 없다.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앞으로 행동의 수위를 더욱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시위대 주변에는 경찰관들이 있었으나 예금주들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았으며, 소방관들은 방화를 진압했다.

성난 예금주들에 의해 파괴된 은행 지점 출입문 유리의 모습.[사진출처=AFP 연합뉴스]

성난 예금주들에 의해 파괴된 은행 지점 출입문 유리의 모습.[사진출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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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는 2019년 무능한 정부로 인해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진 탓에 이제는 회생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고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는 폭락했다. 이로 인해 레바논의 물가는 3년여간 400% 이상 급등했다.

레바논화 환율, 달러당 1507→1만5000 조정

이에 지난 1일 레바논 중앙은행은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의 환율을 달러당 1507에서 1만5000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레바논이 고시 환율을 변경한 것은 1997년 이후 26년 만이다. 고시 환율 변경으로 현지 화폐의 가치는 90% 이상 낮아졌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환율이 적용되고 있었다.

UN에 따르면 레바논의 빈곤율은 인구의 80%에 달해 레바논인들은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고, 세계은행(WB)도 레바논의 경제 위기를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이라고 보았다.


레바논은 유엔 분담금을 내지 못해 최근 유엔총회 투표권까지 박탈당했으며, 지난해 10월 임기가 만료된 미셸 아운 전 대통령의 후임자도 뽑지 못한 상태라 대통령마저 공석인 총체적 난국에 놓여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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