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주노동자 춘제로 귀향
복귀 인원 줄면서 공장 조업 차질
코로나19로 공장 폐쇄 사태 원인
적은 임금도 고용난 한 몫 더해
9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의류 도매 시장이 있는 남부의 대도시 광저우 시내는 구인 팻말을 들고 있는 공장주와 고용업체 직원들로 북적였다. 공장주들은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를 지내고 고향에서 돌아온 이주노동자들을 에워싼 채 구인 조건이 적힌 스케치북과 팻말을 경쟁하듯이 내밀었다. 일부 공장주는 자리를 옮기려 하는 노동자들을 끝까지 따라붙으며 공장의 복리후생 조건을 큰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16일 블룸버그가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국의 공장들이 신규 인력 확보전에 나섰다며 전한 풍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중국의 민족 대명절인 춘제(1월 21~27일)에 맞춰 귀향하게 된 이주노동자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이 되자, 이 같은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주노동자들은 농촌 등지에서 도시로 상경해 공장에서 일하게 된 노동자들을 말한다. 중국의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는 이주 노동자가 2억9600만명에 달한다. 중국 전체 비농업 일자리 5억3000만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에 1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이들이 중국의 제조업과 수출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고향을 찾게 된 것이 큰 문제인가 싶을 수 있다. 그러나 3년 만의 귀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책인 '제로코로나' 시행에 따라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이들은 3년 만에 고향을 찾게 됐다.
특히 이들은 이 방역 정책으로 인해 공장에서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하면서 이들도 고향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통상 이들은 춘제를 포함해 길게는 한 달까지 고향에 머물다 올라오는데, 가혹한 '방역 홍역'을 겪은 이들로서는 고향에 정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게 됐다. 그러면서 생산 인력의 고령화와 구인난에 시달리던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이른바 '이주노동자 모시기'에 나서게 됐다.
중국 광저우시 하이주구의 의료 공장에서 근로자들의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 탕 닝은 블룸버그에 일주일간 단 한명의 직원도 채용하지 못했다며 푸념을 털어놓았다. 탕 닝은 "10년간 공장에는 30명이 넘는 직원이 있었지만, 이번 춘제로 10명의 근로자가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주노동자들이 고향 정착을 선언하게 만든 것은 단순한 고향의 따뜻함만이 아니었다. '제로 코로나'로 인해 공장을 폐쇄하면서 생존에 대한 불안감까지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정저우시가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폭스콘 공장을 봉쇄하면서 20만명의 노동자는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 채 공장 안에 갇혔다. 그런데 공장 측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직원들을 같은 숙소에 머무르게 하는 등의 방역 문제가 잇따랐다.
글로벌 종합부동산서비스 회사인 존스랑라살의 중국 경제 담당자 브루스 팡은 "당시 노동자들은 무보수로 지내거나 가족과 오랜 기간 떨어져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긴 불확실성을 경험한 후 고향에 머물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당국의 농촌 지원 정책으로 이주노동자들이 현지에서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공장들이 임금을 줄인 것도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지난해 시간당 26(4891원)~30위안의 임금을 제시했던 공장들이 올해는 22~24위안의 임금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콘 등에서는 보너스 지급이 미뤄지는 등의 임금 체불 문제도 발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고용시장 침체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SCMP는 고용주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이 예년보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광둥개혁학회의 펑펑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3년간 큰 타격을 입었고 돈이 바닥났다"며 "중국 제조기업들이 힘을 회복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