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IPO 추진하려다 카카오엔터에 힘 싣기로
문어발 상장 논란 해소, 밸류에이션 상승 기대
단독[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 계열사인 웹툰 플랫폼 ‘픽코마(Piccoma)’를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합병이 성사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웹툰 애플리케이션(앱) 픽코마 운영사인 카카오픽코마를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는 각자 IPO를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힘을 싣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꾸준히 카카오픽코마 합병을 검토해왔다”며 “아직 합병 비율 등은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합병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픽코마를 사업부로 두면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상승할 것”이라며 “상장 체력을 만들고 연내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픽코마는 글로벌 만화·소설 플랫폼이다. 일본 만화앱 시장에서 네이버의 라인망가와 경쟁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의 종속회사로 분류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각각 72.9%, 1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거래는 카카오가 들고 있는 카카오픽코마의 지분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파는 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카카오픽코마의 밸류에이션은 수조원에 이른다. 카카오 내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밸류에이션을 최대한 인정할 전망이다.
카카오픽코마는 알짜 계열사로 통한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도 높은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앱 만화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게임을 포함한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 전체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에 진출한 픽코마유럽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검증된 스토리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이용자 지표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카카오픽코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카카오웹툰 작품을 일본·프랑스에 공급하고 있다. 이 중 ‘나 혼자만 레벨업’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0억회를 넘은 카카오웹툰의 대표작이다. 검증된 작품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는 효자인 카카오픽코마를 일본 시장에 상장하려고 했었다. 지난해 카카오픽코마의 목표 밸류에이션은 60억달러(약 8조원) 수준이었다. 직전에 투자받을 당시 인정받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 악화로 상장 계획을 올해로 미뤘었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합병 카드까지 나온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과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계약을 했다. 업계에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 작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기존 밸류에이션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재무적 투자자(FI) 입장에선 불만스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픽코마와 합병을 하면 밸류에이션은 자연스레 상승할 수밖에 없다.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간절한 FI 입장에선 반길 일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 유치 소식 자체는 긍정적이었다”라며 “다만 밸류에이션을 끌어 올리며 투자받은 게 아니라 오히려 낮춰서 받았다는 점에서 업계에 충격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밸류에이션 하락 영향으로 카카오픽코마와의 합병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라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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