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변화는 도시를 어떻게 바꿨나③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뉴욕시가 사무실 복귀를 서두르고 있지만, 금요일과 월요일은 분위기가 다르다. 지하철은 비어있고 샐러드 가게의 줄은 짧으며 술집에도 자리가 넘쳐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미국 기업의 근무 형태 변화가 도심을 텅 비게 했다. 매일 사무실로 나오던 직장인의 출근 횟수가 크게 줄어 관련 소비가 감소하면서 인근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사무실 수요 감소로 상업용 부동산 관련 세금이 줄면서 미국 주요 도시 시장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맨해튼서 1년 소비 15兆 사라졌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재택근무가 맨해튼에 연간 120억달러(약 15조3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소비 측면에서 재택근무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이처럼 확실한 곳은 뉴욕 말고는 없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단체 WFH리서치의 데이터를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직장인의 사무실 출근 일수가 연간 30% 감소하면서 직장 근처 소비가 최소 124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미 인구조사국이 2019년 맨해튼 통근 및 거주자 2700만명의 직장인 1인당 소비액을 기반으로 계산한 것이다.
뉴욕 내 사무실 인근에서 직장인이 소비하는 액수로는 1인당 평균 4661달러 감소했다. 샌프란시스코는 3040달러, 시카고는 2387달러로 분석됐다.
직장인이 사무실로 출근하면 인근에서 식사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자연스레 소비가 발생하게 된다.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의 사무실 복귀가 더뎌질수록 소비는 그만큼 줄어든다. 특히 미국 직장인의 사무실 출근이 급격히 줄어든 월요일과 금요일의 소비가 크게 줄었다. 통근 시간이 길고 사무직 인력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눈에 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9·11 테러,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충격을 겪은 경험이 있는 뉴욕이지만 자영업자들은 새로운 주 3일 근무제에 적응하는 데 분투하고 있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월가 인근에서 30년간 푸드 트럭 장사를 해온 에마드 아흐메드(57) 씨는 블룸버그에 자신이 일한 뒤 지금이 월가 인근 유동 인구가 최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월요일과 금요일은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30% 수준에 불과하고 다른 날도 날씨가 좋을 때 매출이 60% 정도 회복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맨해튼 중심부에 식당을 운영하는 요르단 코헨은 주중 저녁에 기업 행사를 유치해 팬데믹 이전 수익의 90%까지 회복하긴 했지만,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섞어서 운용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으로 이전과 비교해 기업의 행사 참석자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 도시 재정의 타격…대중교통도 '고통'
재택근무 확산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것은 자영업자뿐만이 아니다. 재산세, 부동산세 등을 거둬들여야 하는 시 등 지자체도 난감해졌다. 하워드 처닉 뉴욕시립대 명예교수 등이 연구해 2021년 11월 미국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를 통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미국 8대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에 따른 재산세는 전체의 평균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지난해 2월 "종일 잠옷 차림으로 집에 있을 순 없다"면서 사무실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무실 복귀가 더뎌지자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시내에 비어있는 사무실 공간을 거주 공간으로 바꾸는 등의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최근 샌프란시스코가 향후 2회계연도 동안 7억2800만달러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샌프란시스코의 세수 중 상업용 부동산 가치와 관련한 세수 비중은 20% 수준으로 높다. 브리드 시장은 "지난 수년간 힘들었고 여전히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우리가 과거 알고 있던 도심의 모습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올해 들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시 경제를 위해 연방 공무원의 재택근무를 중단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도심이 슬럼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사무실 출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정부가 워싱턴DC 일자리의 4분의 1, 사무실 공간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교통도 이용객 감소에 수익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뉴욕시 1월 대중교통 평일 승객 수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64%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 추세가 지속되면 2026년까지 연간 20억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황이 악화하자 뉴욕시 대중교통 담당 기관은 이용객이 적은 월요일과 금요일 일부 지하철 노선 운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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