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 부처 고위공무원, 민간전문가 의견 수렴 후 '토로'
레이더 탐색-격추 모두 기술적 한계 있어 "방어 어렵다"
꾸준한 기술 개발 및 시스템 구축 필요
"위협 과장돼, 현실적 대응" 주장도 나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사실상 소형 드론의 침투를 모두 막는 건 지금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장관께) 질문하면 그냥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답하시라고 했습니다."
최근 정부 한 부처 고위 공무원이 털어놓은 북한 무인기 방어 능력에 대한 실상이다. 그는 국회 출석을 앞둔 장관에게 지난해 12월 발생한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대책을 브리핑하기 위해 국책연구소장·민간의 권위 있는 학자 등 전문가 자문을 들었다. 그런데 '원천 봉쇄'를 약속하는 정부 발표나 국민 기대와 달리 "100%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과학, 국방 기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어서 그대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실제 아시아경제가 접촉한 전문가들도 이와 대동소이한 진단을 내놨다. 레이더 탐색과 대응 무기 등이 현재로선 기술적 한계가 뚜렷하다. 북 무인기를 다 막으려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예산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안보 위협이 그리 크지 않으니 여론을 의식해 무작정 투자하지 말고 차라리 '무시'하는 게 답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북한이 사용한 2m 크기의 무인기를 비롯해 4m 이하의 소형 비행체를 포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난해 12월 서울에 침투했던 북한 무인기를 수도방위사령부의 드론 탐지 레이더망이 포착하긴 했지만 산악 지형과 발전소 등 방해물들 때문에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기존 레이더들은 전파 파장이 길어 소형 드론과 같은 작은 물체는 잡아내기 힘들다. 12~20GHz급 쿠밴드(Ku-Band) 레이더를 사용해야 작은 물체도 포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단파장 레이더는 포착 가능 범위가 4km 안팎으로 좁다는 것이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함께 최대 8km 범위까지 초소형 드론을 잡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긴 했다.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최첨단 기술이다. 다만 아직 상용화·실전 배치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고비용·정확도 등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드론 조종 전파를 추적해 포착하고 원점 타격하면 되지 않냐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번 북한 무인기처럼 사전에 목표 지점의 위치 정보를 입력해 놓고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이용해 자동 비행하면 기체와 전파를 주고받을 이유가 없어 무의미하다.
물론 북 무인기 침투를 완전히 막으려면 탐지 범위가 좁더라도 대드론 레이더를 전 국토에 촘촘히 배치하면 된다. 그러나 엄청난 예산이 필요해 효율성 문제가 제기된다. 예컨대 최근 인천국제공항에 시범 설치된 드론 대응 장비는 약 30억원 규모다. 비슷한 장비를 휴전선 230여km 일대에 배치하려면 4km씩 나눠 약 60개의 비슷한 장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해안선 등 드론 침투 예상 경로는 물론 전국의 공항ㆍ원전ㆍ가스저장소 등 위험 지역에만 배치한다 해도 수천억원대는 너끈하다.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무인이동체사업단장은 "국토 전체에 드론 탐지용 레이더를 깔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면서 "(방위사업청이) 탐지 범위를 8km까지 넓혔다면 전파 세기를 강하게 했거나 장파장 전파를 썼다는 얘긴데 주변 피해 및 정확도 손실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지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차세대 무인이동체연구실장도 "드론은 레이더 전파 반사 단면적(RCS)이 매우 작다. 전투기의 몇천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반사 신호가 적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고성능의 레이더가 필요한데 너무 비싸거나 크기가 커서 현재 3~8km 범위의 드론 전용 레이더 기술들이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10번 중 7~8번 막는다는 개념으로 대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처럼 (중요 시설을 중심으로) 5겹 정도의 드론 방어 체계를 만들어 다중 방어막을 형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드론을 포착한다고 해도 떨어뜨릴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없다. 드론 대응 무기 체계는 크게 물리적 무력화, 전자식 무력화, 제어 권한 탈취 등 3가지 종류로 나뉜다. 물리적 무력화는 대공 기관총ㆍ소형 미사일로 파괴하는 것이다. 그물ㆍ접착제 또는 새를 동원하기도 하며 드론끼리 충돌시키는 방법도 있다. 고출력 레이저를 조사해 파괴하는 무기 체계 연구개발(R&D)도 활발하다. 전자적 무력화는 무선 주파수(RF) 방해, GPS 전파 방해, 전자기파(EMP) 공격 등의 방법이 있고, 제어 권한 탈취는 GPS 스푸핑(가로채기)ㆍ해킹 등을 말한다.
문제는 이런 대드론 공격 방식들이 모두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대공 기관총ㆍ미사일 등의 경우 소형 드론을 대상으로 사용하기엔 명중률이 심각히 떨어지고 가성비도 낮다. 또 도심에서는 유탄ㆍ파편 때문에 사실상 쓸 수 없다. 교외에서라도 조기 포착ㆍ훈련된 대공 사격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나마 고출력 레이저로 드론을 태워 파괴하는 기술이 실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 기술로는 최소 30초에서 1분 넘게 지속적으로 레이저를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도망가는 드론을 맞춰 파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펨토초(1000조분의 1초) 즉 찰나의 순간의 초고출력 에너지를 담은 레이저를 발사해 드론을 파괴하는 무기 체계 개발에 들어가기도 했다. 김형택 GIST 고등광학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레이저 드론 타격 무기 체계들은 수십kW급 광섬유 레이저를 최소 몇초 이상 움직이는 물체를 정밀 추적해 집중 조사해 파괴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비행하는 경우 대응에 한계가 있다"면서 "1초에 10회 정도 공기 중에 초강력 레이저를 발사해 드론ㆍ소형 미사일의 핵심 부품을 이온화ㆍ파괴해서 격추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적 무력화 기술도 한계가 있다. 이 기술들은 상대방 드론이 사용하는 전파ㆍ회로의 특성을 파악해야 그에 맞춘 공격이 가능하다. 만약 상대방이 우리가 미리 알고 있지 않은 체계를 사용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최근 전자파로 상대 드론의 회로를 마비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카이스트(KAIST) 장준하 박사 과정생은 "상대방이 사용하는 전파 기술ㆍ회로 제작 방식 등이 사전에 리스트업 돼 있지 않으면 대응이 불가능하다"면서 "모든 전자파 사용 기술이 갖는 한계"라고 설명했다.
부작용도 심하다. 적아 가릴 것 없이 주변 모든 전자기기에게 똑같은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GPS 재밍(전파 방해)의 경우 대부분의 드론들이 전파 상실시 미리 입력된 정보대로 비행하는 등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GPS 스푸핑(가로채기) 기술도 목표 드론 주변 상공에 있는 모든 항공기에 피해를 줄 수 있어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다.
강 단장은 "재밍이나 스푸핑은 드론 외에 다른 전자장비에 다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도심에서 쓸 수가 없고, 총이나 대포도 주변 피해 때문에 곤란하며 레이저 무기도 지금 현재로선 한계가 있다"면서 "당분간은 요격용 무인기가 올라가서 그물로 나포하던가 소형 대공포로 격추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티드론 체계가 현재 분야별 기술 개발 단계인 만큼 성숙시키고 융합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차 실장은 "안티드론 시스템에는 레이더, 영상처리 기술, AI, 무선 전파 추적 기술, 고출력 레이저 등 매우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한데 현재까지는 개별 기술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개별 성능은 좋더라도 붙여 놓았을 때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전체를 묶어서 시스템적으로 잘 운영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 무인기 위협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드론은 무선 모듈이 장착되지 않아 실시간 조종이 불가능하며 탑재 가능 폭탄량도 작아서 현재로선 커다란 군사적 위협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위협이 너무 과장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방부가 2019년 1차(300억원), 2021년 2차(1800억원)로 도입한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C2A) 사업부터 제 역할을 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방비는 한정돼 있는데 (무인기에 대응한다고) 기존에 계획된 투자들을 미루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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