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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원 바나나 만든 ‘미술계 침입자’ 카텔란의 자기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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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 한국 첫 개인전
2011년 美 구겐하임전 이후 최대 규모
조각·설치·벽화·사진 작품 등 총 38점 전시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이미 마감된 온라인 예약, 길게 늘어선 현장 대기 행렬. 평일에도 1000여 명이 넘는 관객이 줄지어 찾는 미술관 로비는 그 어느 때보다 북적이고 있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_프로필_[사진제공 =  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_프로필_[사진제공 =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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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이탈리아 출신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WE’는 논쟁적 아티스트에 대한 명성만큼이나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7월 16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카텔란의 개인전으로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 전시다. 조각, 설치, 벽화, 사진 등 총 38점의 작품을 통해 관객은 작가의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전시 주제 ‘WE’를 통해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우리가 되는가’,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거꾸로 선 경찰, 무릎 꿇은 범죄자, 전시장 곳곳에 누워있는 노숙자 등 여러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한 카텔란은 비관적이고 우울하며 냉소적 시선으로 자신만의 ‘인간희극’에 관객을 초대한다. 그 무대에서 작가는 잔인한 삶에 대해 관객의 애잔한 공감을 자아낸다.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억압, 불안, 권위, 종교, 사랑, 나와 가족,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라는 소재는 작품에 대한 다양한 토론에서 더 나아가 관객 정서를 중심으로 모종의 연대를 구축한다.

코미디언_2019_생 바나나, 덕테이프_가변크기_Courtesy of Maurizio Cattelan_[사진제공 = 리움미술관]

코미디언_2019_생 바나나, 덕테이프_가변크기_Courtesy of Maurizio Cattelan_[사진제공 =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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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돋보이는 초기작부터 예술의 본질에 대한 전 세계적 논쟁을 불러온 ‘코미디언(2019)’등 화제작을 만날 수 있다. 새하얀 벽에 바나나 하나를 은색 덕 테이프로 붙인 이 작품은 2019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 출품된 후 12만 달러(약 1억 5000만원)에 판매됐다. 며칠 지나 썩어버릴 바나나가 1억 5000만원이라니, 작가는 자신이 판매한 것은 바나나가 아니라 작품의 개념을 담은 인증서라고 설명한다. 인증서에는 바나나를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인증서를 소유한 사람이 바나나를 붙여야 카텔란의 작품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카텔란은 이 작품의 인증서를 단 3개만 제작했다. 전시 관계자에게 인증서에 제시된 조건을 물었다. 덕 테이프는 제작된 것인지 기성품인지, 바나나는 어떤 상태의 것을 사용하는지. 관계자는 “덕 테이프는 영업비밀이라 알려드리기 곤란하다”면서도 “바나나는 델몬트 바나나를 사용하고, 새파란 것보다는 하루 이틀 정도 지난 바나나를 쓴다”고 귀띔했다.

현대 미술시장에 대한 작가의 통렬한 유머는 이내 ‘사기꾼’이란 비난으로 이어졌다. 카텔란은 지난해 가고시안 갤러리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사기꾼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만, 나는 항상 그랬던 사람”이며 “나는 내 결점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구축했다”고 강변했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코미디언에 대해서는 “실제 코미디언은 배우도 아니고 일반인도 아닌, 허구와 현실 사이의 림보에 살고 있는 사람”이며 “(작품) 코미디언은 그림이 아니라 개념미술과 농담 사이에 있으며, 개념미술엔 감정이 없고 농담은 통상 큰 생각을 전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제_2001_플래티넘 실리콘, 에폭시 유리섬유, 스테인리스 스틸, 머리카락, 옷, 신발_가변크기_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제공 = 리움미술관]

무제_2001_플래티넘 실리콘, 에폭시 유리섬유, 스테인리스 스틸, 머리카락, 옷, 신발_가변크기_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제공 =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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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을 뿐더러, 28세 때까지 전시회 한 번 제대로 가본 적 없던 그는 시신을 염하는 일부터 간호조무사, 정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전형적인 예술가가 아닌 스스로 규정한 ‘침입자’로 제도와 경계를 넘나들며 미술계의 고정관념에 도전해왔다. 이런 그의 성향은 리움미술관 개관이래 처음으로 바닥을 뚫게 한 작품 ‘무제’(2001)에서 미술관 바닥을 뚫고 엉뚱한 곳으로 나온 자신의 얼굴에 투영됐다. 침상에 죽은 듯 나란히 누워 있는 두 명의 카텔란이 등장하는 ‘우리’(2010)는 그가 작업에서 오랫동안 다뤄온 죽음에 대한 복합적 심상을 이끌어낸다. 붉은 카펫이 깔린 전시장에 설치된 아홉 개의 대리석 조각 ‘모두’(2007)는 시신을 연상케 하는 동시에 지난해 일어난 참사의 기억을 소환하고 추모하며 ‘우리’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카텔란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적 조각과 회화 작업에서 미술사를 슬쩍 도용하거나 대중적 요소를 교묘히 이용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희화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꿰뚫고 삶의 폐부를 찌르는 현실비평가의 면모를 보인다. 그의 작품은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며 관객의 인식 근간을 뒤엎지만 이면에 스민 작가의 태도는 무례하고 뻔뻔하다. 카텔란은 자신의 작업을 두고 “우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궁금해하는 것, 그리고 어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며 “나는 여전히 그것이 투쟁임을 당신에게 보장한다”고 말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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