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도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진짜 폭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곧 도착할 이달 가스요금 고지서가 더 걱정이다. 설 연휴 이후에 밀어닥쳤던 역대급 한파의 영향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고지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기요금이 1월부터 ㎾h당 13.1원이 또 올랐다. 가스 난방 대신 전기장판을 켜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없다.
난방비 폭탄의 직접 원인은 국제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폭등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재앙이다. 난방·취사·발전·산업에 필요한 LNG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가 임의로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스공사가 싼값의 장기계약을 통해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어야 한다는 때늦은 푸념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
맹목적인 탈원전·탈석탄·신재생으로 국가 에너지정책을 망쳐버린 지난 정부의 책임이 분명하다. 2021년에 원전 가동률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이 면죄부가 될 수도 없다. 오히려 월성 1호기를 불법으로 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의 공사를 지연시킨 책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LNG 발전량이 크게 늘어났다. 2022년에 가스공사는 이미 준비했던 3640만t 이외에 960만t의 LNG를 추가로 도입해야만 했다. 추가 물량은 장기계약보다 4배 이상 비싼 현물시장에서 구입해야만 했을 것이다. 가스공사의 부담이 무려 250억달러(약 30조원)나 늘어났을 것이라고 한다. 가스공사 미수금의 대부분이 LNG 소비량 증가 때문이었던 셈이다.
지난 정부가 가스공사의 절박한 요금 인상 요청을 번번이 거부한 것도 물론 명백한 직무유기였다. 에너지 가격의 맹목적인 동결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에너지 수급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가스요금 동결로 소비자는 자발적 대응권을 박탈당해버렸다.
야당 대표가 들고나온 ‘횡재세’도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횡재세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동안 국제 원유가가 오를 때마다 등장했다가 번번이 폐기된 낡은 아이디어다. 더욱이 이번 난방비 폭탄은 정유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야당이 ‘천연가스’와 ‘석유제품’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횡재세의 정체에 대한 공부도 턱없이 부족했다. 유럽의 횡재세는 원유·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석유기업’에 부과하는 것이다. 석유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한다고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결정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덩달아 오르지는 않는다.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야당이 요구하는 횡재세는 실제로 정유사 사주(社主)가 납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횡재세는 고스란히 석유제품의 가격에 반영되어서 소비자의 부담을 더욱 무겁게 만들게 된다.
선택적·보편적 복지 논란은 의미가 없다. 국민이 야당 대표의 난방비를 도와줘야 할 이유는 없다. 무분별한 퍼주기 복지는 코로나19로 끝내야 한다. 정부의 난방비 지원은 취약계층의 가스·전기요금에 대한 직접적 지원으로 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에너지 소비 효율의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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