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부담…투병 중 극단적 선택
빚 대물림 끊기 위해 파산 신청하기도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혼자 살거나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녀에게 기대며 사는 삶보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를 맞이하면서 가난과 질병, 고립에 빠진 노인들의 그러한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아파도 혼자 아프자"…투병 중 극단적 선택
노인들은 질병을 자녀들에게 알리지 않거나 의료비와 간병 등의 부담을 자녀에게 주지 않으려고 '죽음'을 선택한다. 전북에서는 아픈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시도를 한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80대 A 씨가 작성한 유서에는 '남겨진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라는 내용이 담겼으며 실제로 A 씨는 말기 암 투병 중이고 아내는 수년 전 발생한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부산 남구의 한 빌라에서도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은 10년 전부터 방광암 투병으로 거동할 수 없었고 아내는 2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부부는 평소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고 결국 독극물로 인한 중독사로 보인다는 검안의의 소견이 나왔다.
2020 노인실태 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생각하는 생애 말기 좋은 죽음'에 대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이 90.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신체적·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이 90.5%였으며 '스스로 정리하는 임종'도 89%를 차지했다.
자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2.1%가 '60세 이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건강(23.7%) ▲경제적 어려움(23%) ▲외로움(18.4%) 순이다.
노인실태 조사는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벌이는 사업으로 전국 65세 이상 노인을 면담해 가족 및 사회관계, 건강·경제 상태, 가치관 등을 조사한다.
자녀와 연락 '뚝'…차라리 혼자 산다
아예 자녀와 연락을 끊은 채 살아가는 노인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노인 10명 중 8명은 혼자 살거나 부부끼리 살고 있다. 2020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은 2008년 32.5%였지만 2020년 기준 12.8%로 줄었다. 주 1회 이상 자녀와 왕래한다는 비율 역시 2008년 44%였지만 2020년 조사에선 16.9%로 감소했다.
혼자 사는 노인은 용돈을 받지 않는 등 자녀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보장된 일자리를 찾는 건 노인에게 쉽지 않다. 고령인구가 경제위기에 타격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이다. 보통 60세 전후로 은퇴하면서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요양비와 의료비 등 지출은 늘어난다. 은퇴 후 노인이 얻을 수 있는 직업은 단순노동과 저임금이 대부분이지만 현재 경제위기로 이마저도 찾기 어렵다.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면 경제적 자립을 해야 하지만 결국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게 된다. 2021년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2020년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60대 이상 고령자는 2017년 3월 법원 설립 이후 가장 많은 2715명으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파산신청자는 ▲2018년 2058명 ▲2019년 2373명 ▲2020년 2715명으로 상승하고 있다. 파산을 통해 빚을 정리함으로써 '빚의 대물림'을 끊는 것이다.
노인들의 비극이 반복되자 간병과 관련해 국가가 직접 개입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빨라지는 고령화와 경제 위기 속에서 노인뿐 아니라 중년들도 "병들어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끔 정부의 간병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간병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고 간병 인력의 법적 근거 및 관리체계를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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