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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파리대왕’의 진영정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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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파리대왕’의 진영정치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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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정치 세력들의 진영 대결이 한국 사회 전체를 과도하게 가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나오는 지표들도 심각하다. 지지 정당이 다르면 결혼을 꺼리거나 같이 밥 먹기도 싫다는 응답들이 다 40%를 넘는다.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 아래 다문화까지 포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요즘인데, 오히려 정치진영으로 나눠진 부족국가로 회귀하는 것 같다. 민낯의 권력투쟁이 만들고 있는 마지막 고비이길 바란다.


권력투쟁과 과잉정치화가 만든 현실이다.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면 사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편가름이 만들고 있는 서로 다른 인식이다. 사법을 정치화시키고 정치가 사법화되면서 진영 대립의 정치는 더 극단화된다. 상식마저도 서로 다른 경우들이 많아진다. 가짜뉴스에 정파적 주장까지 겹쳐 이들이 상식을 대체한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의 비상식적 행보에도 부끄러움이 없다. 거의 모든 정치 사회적 쟁점에 대한 입장이 진영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요즘이다.

소용돌이 정치의 한국 사회 특성에다, 확증 편향과 포퓰리즘이 동원되기 쉬운 SNS 시대 환경도 배경에 있다. 무엇보다 이런 시대적 환경을 권력투쟁의 자원으로 동원하는 정치세력, 정치리더십이 최근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고 있다. 한때 산업화와 민주화의 동력이었던 한국 사회의 정치 에너지가 요즘은 분열의 진영정치에 동원되고 있다.


‘파리 대왕’이 떠오른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의 소설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정치권력과 집단광기 현상을 보는 참고자료로도 많이 활용된다. 조난당한 청소년들의 집단생활에서 나타나는 정치와 패거리 현상들을 묘사하고 있다. 합리적 리더십이 점차 힘을 읽고 광기를 동원한 폭력의 우두머리가 등장한다. 조난 구원이라는 당초 목적보다는 패거리 싸움이 집단생활의 중심이 된다. 나중에 허구로 밝혀진 괴물의 공포도 광기의 동원 배경이 되었다. 일부는 권력에 줄 서고, 일부는 광기에 휩쓸리면서 광기의 집단이 만들어진다. 요즘의 정치 현실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시스템의 제도화는 정치발전의 중요한 척도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국가의 공적 사안들이 정파적 대립 쟁점이 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갈등 중재의 최루 보루라는 사법부 판단마저도 정파적 쟁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국가기관들이 제대로 정비되기 위한 진통, 즉 제도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민낯의 권력정치가 공적 기관까지도 정파적으로 만들고 있는 측면이 크다. 알다시피 권력을 감시 견제한다는 언론마저도 정파적으로 진영화 돼 있는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부족 국가적 리더십에 대해 국민 다수가 호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저기서 진영정치의 확대 심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SBS 조사에서는 무당파가 42.7%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의 ‘처음 해보는' 리더십에 대해서 여전히 호평보다 부정적 평가가 훨씬 높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점차 민주당의 정당 기능마저도 시대착오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실내마스크 완화 조치가 이뤄지면서 코로나19 팬데믹도 종결 추세이다. 더불어 광기의 진영정치도 바뀌었으면 싶다. 마스크 벗은 대면 정치가 염치를 깨닫게 하면서 역지사지의 공생 정치로 가는 전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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