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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혈세가 ‘미분양 보증보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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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혈세가 ‘미분양 보증보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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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건설업체들의 경영 여건이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미분양을 매입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31일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집계에서 전국 미분양 물량이 6만8000가구를 넘으면서 주택시장 위기론이 불거진 상황에서다. 한 달 새 1만 가구 넘게 급증하면서 정부가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가구를 넘어섰다. 건설업계에서 "더 늦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미분양이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주택 수요가 급감했고, 자잿값 인상 여파로 분양가까지 오르면서 ‘청약=대박’이라는 심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개입해 무조건 건설사를 지원해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의문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주택시장이 주춤한 것이 미분양 위기의 요인으로 꼽히긴 하지만,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지방 곳곳에 아파트를 지어댄 건설사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체 미분양 물량의 85% 넘는 물량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몰려있다. 높은 분양가 책정도 미분양을 불러온 배경 중 하나다. 적정 분양가로 공급됐던 단지들은 불황기에도 이미 분양이 완료된 지 오래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자기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다. 성공하면 상응하는 이익을 얻는 만큼 실패하면 손실을 보게 된다. 잘되면 내 덕이고 안되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발상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이미 건설사들은 지난 3~4년 집값이 오르면서 최대 호황기를 보냈다. 만약 정 회장의 말처럼 최대 실적을 매년 경신했던 호황기를 지나면서도 자금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호소하는 기업이라면 사실상 무능력을 인정한 셈이 아닐까.


정부가 미분양 주택 매입과 관련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 업계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섣부른 정부 개입은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미 정부는 올 초 분양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규제지역을 풀었고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은 물론,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추가 완화책도 내놨다. 정부가 건설업계를 위한 ‘미분양 보증보험’은 아니지 않은가.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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