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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거시세계에서 양자 현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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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거시 넘나드는 <앤트맨> 의 세계관 실현될까?
기초과학연구원, 눈에 보이는 물질에서 준입자 관찰 성공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미시세계에서나 일어난다고 여겨온 현상이 거시세계에서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체역학적 결정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유체역학적 결정에서 입자쌍(가장 왼쪽에 있는 오렌지색과 노란색 입자)이 후방에 있는 입자들을 요동시켜 준입자들이 마치 초음속 제트기 뒤에서 볼 수 있는 원뿔 모양으로 퍼지면서 생성된다. *색은 입자쌍의 세기를 의미한다.(이웃한 입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파란색이 가장 세기가 크고 빨간색, 노랑, 흰색 순으로 거리가 멀어지며 세기가 작아진다) 그리고 흰색의 배경은 이들의 속도를 의미한다.  그림제공=기초과학연구원

유체역학적 결정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유체역학적 결정에서 입자쌍(가장 왼쪽에 있는 오렌지색과 노란색 입자)이 후방에 있는 입자들을 요동시켜 준입자들이 마치 초음속 제트기 뒤에서 볼 수 있는 원뿔 모양으로 퍼지면서 생성된다. *색은 입자쌍의 세기를 의미한다.(이웃한 입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파란색이 가장 세기가 크고 빨간색, 노랑, 흰색 순으로 거리가 멀어지며 세기가 작아진다) 그리고 흰색의 배경은 이들의 속도를 의미한다. 그림제공=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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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은 박혁규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연구위원(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교수)과 쯔비 틀러스티 그룹리더(UN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에서 입자들이 쌍을 이루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지금까지 이러한 현상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미시세계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졌다. 이 연구 결과는 미시세계에서 관측된 여러 가지 특이한 양자역학적 현상이 거시세계에서도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물리학은 양자역학의 등장 이후 고전물리학와 양자물리학으로 구분되고 있다. 고전물리학이 눈에 보이는 물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 거시세계를 다룬다면, 양자물리학은 물질을 이루는 최소 기본입자인 원자나 전자처럼 아주 작은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을 다룬다.

예를 들어 고체나 액체와 같은 물질은 구성 입자 간의 거리가 가까워 상호작용이 강하다.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조건에서는 구성 입자들이 뭉쳐지는 독특한 집단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준입자(quasiparticle)라 한다. 이로써 상호작용이 강한 입자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상호작용 없이 행동하는 준입자들로 간단하게 기술할 수 있게 된다. 준입자에는 쿠퍼쌍(전자 2개가 쌍을 이루는 현상), 엑시톤(전자와 정공의 결합체), 포논 등이 있다. 이러한 집단현상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조건에서 특이한 성질을 보이는데,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초전도체, 액체의 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 그래핀의 성질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자들은 거시세계에서는 전자와 같은 구성 입자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에 준입자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준입자는 양자물리학에서만 관측되거나 이용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에서 입자들이 짝을 지어 움직이는 놀라운 현상을 실험과 이론을 통해 발견했다. 아주 얇은 두께의 미세유체 채널(2개의 얇은 판 사이로 액체가 흐르는 것)에서 콜로이드 입자들로 이루어진 입자계에 주목했다. 그리고 채널의 두께가 입자의 크기와 비슷한 2차원 입자계에서 액체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입자가 가까이 위치한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쳐 입자들이 짝을 짓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우리가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어도 가까운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일으키는 액체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이 한 입자가 다른 입자의 움직임에 의한 유체역학적 힘을 받기 때문이다.


박 연구위원은 "입자들이 짝을 짓는 이유가 유체역학적 상호작용에 의한 두 입자 간의 힘이 뉴턴 제3법칙(작용 반작용의 법칙: 상호작용하는 두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을 깨기 때문”이라며 “두 입자가 받는 유체역학적 힘의 크기와 방향이 같아 쌍을 지어 한 입자처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입자가 쌍을 이루어 움직이는 현상뿐만 아니라 유체역학적 포논도 존재하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고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열에 의해서 흔들릴 때 ‘포논’이라는 양자화된 준입자가 열에너지를 결정 전체에 전파한다. 이와 비슷하게 유체역학적 힘은 거시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에서 입자들을 진동하게 해서 유체역학적 포논을 발생시킨다. 유체역학적 힘으로 생성된 포논을 분석한 결과, 그래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정한 에너지띠 구조가 나타나는 것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또 우리 눈에 보이는 입자 결정에서 양자물질에서만 관측되던 플랫밴드도 발견했다.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 벌집 모양의 2차원 결정구조를 가지는 그래핀 두 장을 특정 각도로 겹칠 때, 플랫밴드에 의해 저항이 없는 초전도 현상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육안으로 보이는 입자 결정구조를 육각형으로 만들었을 때 준입자와 플랫밴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준입자, 플랫밴드와 같은 양자물질의 중요한 현상이 거시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첫 번째 사례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 연구 결과는 양자역학으로만 설명되는 여러 가지 현상이 고체뿐만 아니라 생명 물질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다른 물질에서도 준입자들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과학기술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IF 19.684)에 27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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