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20대 A씨는 이른바 ‘등린이(등산+어린이의 합성어)’다. 지난해 가을 제주도 여행으로 한라산을 찾은 이후 등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비록 백록담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대자연의 풍광을 마주하자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끼면서다. 그는 "친구와 주말에 등산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기면서 최근 백패킹 장비까지 마련했다"며 "우선 코스가 잘 정비된 가까운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정상 등반 도장 깨기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지난해부터 50대 B씨는 부부가 함께 태안 해변길 걷기를 시작했다. 학암포에서 출발해 신두리까지 약 12km 거리다.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구례포천사길의 인기가 높다. 해변을 따라 자연을 감상하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이 자연스레 ‘힐링’되는 기분이다. B씨는 "평소 여행을 좋아하지 않던 아내가 최근에는 더 좋아해 함께 하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지난해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 수가 크게 늘었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해 탐방객이 총 3879만명으로 전년(3590만명) 대비 8.1%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최근 5년(2018~2022년)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에만 약 300만명이 국립공원을 더 방문했다. 공원을 처음 찾은 젊은층의 수요가 늘고, 둘레길 개발 등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을 강화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힐링 목적 50% 육박…북한산 방문 1위
국립공원공단이 조사한 ‘2023년 국립공원 탐방 트렌드 전망 및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휴양 및 치유를 목적으로 공원을 찾은 탐방객이 46.1%로 가장 많았다. 2년 전과 비교해 5.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자연경관 및 문화재 관람(38.9%), 친목도모(33.8%), 건강증진(30.9%) 등을 위해 공원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공원 내 생태체험 프로그램과 레저시설 등을 활용해 친목을 쌓는 탐방객이 같은 기간 27.2%포인트 증가하며 인기가 높아졌다.
국내 22개 국립공원 중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난해 총 670만명이 찾았다. 이어 한려해상국립공원(384만명), 지리산국립공원(378만명), 경주국립공원(280만명), 무등산국립공원(244만명) 등이 뒤를 이었다. 탐방객 연령대는 50대 이상 비중이 42%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22%), 20대 이하(19%), 30대(17%) 등이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특히 50대 이상과 20대 젊은층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고 국립공원은 설명했다.
동반자로는 배우자와 함께 찾은 탐방객이 4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자녀(28%), 친구 및 연인(22%), 부모와 가족(14%) 등과 공원을 주로 찾았다. 공원 체류 시간은 당일이 45%로 가장 많았지만 1박 이상 체류한 탐방객도 29%로 증가 추세다. 2박은 19%, 3박은 7%로 집계됐다.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 중 절반은(50%) 치유 및 힐링 등 프로그램 강화를 희망했다. 이어 생태체험(39%), 지역문화체험(37%), 탐방안내서비스 확충(32%), 해설서비스(20%), 레저 및 스포츠(11%), 전문등반교육(8%) 등이다.
둘레길 계절 체험 프로그램 강화
공단은 탐방객이 늘어나면서 현재 운영 중인 북한산 둘레길, 태안해변길 등 총 4곳의 ‘아름다운 길’의 체험 프로그램과 시설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총 71.5km로 21개 테마로 구성한 북한산 둘레길, ‘섬 주민들’이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던 지겟길을 조성한 한려해상(통영) 바다백리길 등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꼽힌다.
국립공원의 계절별 체험 프로그램도 탐방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봄에는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꽃 피는 봄이 오면’ 프로그램을 9개 사무소에서 운영한다. 야생화 서식지를 관찰하고 주변 경관을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206회를 운영하고 총 2580명이 참여해 인기가 높아지면서 올해에는 총 230회로 24회 늘리기로 했다.
여름에는 친환경 야영문화 캠핑스쿨도 운영한다. 10개 사무소에서 7~8월 진행하는 캠핑스쿨은 별자리 관찰 등 야영장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 발걸음이 늘어 올해에는 70회로 지난해보다 14회 운영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가을에는 역사 프로그램으로 사색의 시간 등을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전문가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관찰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공단은 친밀한 사람들과 원하는 시간에 활동할 수 있는 ‘크루’ 프로그램, 청년층 탐방객을 목표로 청년학교도 운영한다. 또 탄소중립 서포터즈를 통해 공원 내 폐품을 활용한 미술전시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은 국민의 보건 및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밑거름이자 미래세대로 물려줄 소중한 유산으로, 자연환경을 지키고 올바른 탐방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野전략가가 내다본 조기대선…'이재명 8년전보다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