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떼어간 엘긴 마블 반환 논의
"대영박물관은 단기 대여형식 원해"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영국이 19세기 그리스 아테네에서 가져간 파르테논 신전 프리즈(띠 모양의 부조) 조각인 '엘긴 마블(Elgin Marbles)'을 반환하는 협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국과 그리스가 조만간 협상 타결을 이룰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으나 양측이 원하는 조건이 다르고 정치권의 동의 문제도 있어 조기에 협상이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엘긴 마블은 19세기 초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낸 대리석 조각이다. 2500년 전 만들어진 신전 외벽에 163m에 걸쳐 수십 개의 인물과 말 모양의 조각이 부조 형태로 붙어 있다. 영국인이 1801~1812년 이를 떼어내서 런던으로 이송했고 이후 1816년 영국 정부가 이를 매입해 현재 대영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당시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대사인 토머스 엘긴의 이름을 본따 엘긴 마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는 1832년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영국에 꾸준히 엘긴 마블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이를 거듭 거부해왔으나 최근 교황청이 파르테논 신전 조각품 3점을 그리스로 반환하고, 이탈리아도 신전 조각 일부를 반환키로 하는 등 서양 박물관을 중심으로 약탈 문화재 반환 움직임이 일면서 양측이 이번에는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는 있지만 중요한 견해차가 아직 있다면서 조만간 합의가 이뤄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근 그리스 언론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논의가 90% 완료됐다', '논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전했지만, 즉각 협상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공식 발언들이 양측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측은 엘긴 마블 조각 컬렉션 전체를 반환받고, 이를 최소 20년간 그리스에 두는 것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20년 이후에도 계약을 연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리스는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예술품을 대영박물관에 순환해서 제공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국은 엘긴 마블 조각 전체가 아닌 일부분을 단기로 잠시 빌려주는 형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르테논 신전과 관련한 조각 중 3분의 1 수준까지만 우선 빌려준 뒤 그리스가 이를 다시 영국 측에 돌려주면 이렇게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추가로 더 많은 조각을 그리스로 보내는 식으로 하길 영국 측이 원한다고 소식통은 분위기를 전했다.
NYT는 또 협상을 진행 중인 미초타키스 총리와 조지 오스본 대영박물관장이 합의를 하더라도 영국과 그리스 정치권에서 반대할 수 있다고 봤다. 대영박물관이 법적으로 엘긴 마블을 그리스로 보낼 경우 이 조각이 대영박물관 소유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양측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단기간 내에 협상이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우선 올해 말 예정된 그리스 총선 전까지 결과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일단 협상이 꽤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영박물관 측은 "그리스 파트너와 새로운 파르테논 신전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새해 들어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측 소식통은 NYT에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그 수준이 "이전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정도"로 진전했다고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통장에 10억 넣어두고 이자 받는 '찐부자', 또 늘...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