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서비스·건설업 곳곳서 실직
2030, 계약직 형태로 불안한 삶
전문가들 "성장 제자리 걸음…내년 초까지 고용 불안 전망"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대출 이자도 갚아야 하고, 아이 2명도 키워야 하는데 당장 살길이 막막합니다."
영하권 추위가 이어진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고용노동부 서울동부고용센터. 아내와 함께 센터를 찾은 김지용씨(57)는 "마트에서 직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다가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퇴직 요구를 받았다"며 "가족 네 명의 한 달 고정지출이 최소 300만원은 드는데 모아둔 돈도 없고 걱정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업주부 생활을 했던 김씨의 아내 역시 남편이 직장을 잃자 본인도 취업 상담을 위해 센터를 찾았다.
오후 1시 40분. 서울동부고용센터 1층에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1시간 동안에만 50여명이 센터를 찾았다.
이들은 모두 실업급여 설명회가 열리는 4층으로 향했고, 입구에는 ‘실업급여 안내’ 데스크가 자리했다. 금새 실업급여 접수창구 17곳 모두 상담자들로 꽉찼고, 번호표를 뽑고 대기 중인 인원은 얼핏봐도 30여명에 달했다. ‘실업급여 수급 설명회’ 시간에 맞춰 150여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센터에 몰리기도 했다. 고용센터 관계자는 "설 명절을 앞둔 3주 정도가 1년 중 가장 바쁜 때"라며 "1월에는 총 300여건으로, 지난해 11월·12월과 비교해 하루 평균 100건 정도가 더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지난 16일 오후 2시께 방문한 서울 송파구 고용노동부 서울동부고요엔터. 실직자들이 실업급여 신청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장세희 기자 jangsay@
최근 실업급여 신청자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더불어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용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2년 12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지난해 10월 7만7000명, 11월 8만6000명, 12월 9만9000명 등 최근 3개월간 급격히 늘었다.
면세점이나 서비스 분야 실직자들이 상당수였다. 서비스 판촉 업무를 담당하던 최익규씨(53)는 "최근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며 "마트 서비스 쪽은 젊은 세대가 치고 올라오다 보니 취업하기가 쉽지 않고 요양센터 분야 재취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애씨(51)는 "30년 동안 근무한 면세점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면서 "아이들은 이미 다 커서 자녀 육아 걱정은 없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직장을 잃어서 빨리 새 직장을 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희자씨(52)는 "서비스 분야 안전 질서 업무를 담당했는데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퇴직을 권유했다"며 "대면으로 신청하는 것이 편하다고 해서 센터를 찾게 됐다"고 전했다.
계약직 형태로 취업했다가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은 2030세대들도 있었다. 교회에서 영상 편집 업무를 담당했던 장민호씨(31)는 "물가가 오른 점을 고려해 연봉을 올려달라고 했는데, 재계약을 못 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학자금 대출과 개인 대출을 퇴직금으로 갚고 있긴 하지만, 오랫동안 취업이 안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에서 일했다는 최지원씨(29)는 "영업 업무를 담당하다가 지난해 말 해고를 당했다"며 "건설업계는 모두 힘든 것 같아 언어교육 분야의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불황인 곳에 취업하면 이후 또 사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이전 이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다.
올해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매년 1~2월에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에는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최고치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만 보더라도 1.7%"라며 "실물경제가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고용불안은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이어 "성장이 거의 정체돼있기 때문에 이러한 악화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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