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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톡]경기침체 우려에 힘빠진 中 반도체 굴기…매출 21%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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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봉쇄조치에 소비급감
美 공급망 압박 심화…"관계개선 필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중국 반도체 업계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감소폭보다도 2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반도체 굴기’가 꺾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이뤄진 막대한 투자에도 중국 반도체 업계가 완전한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봉쇄 조치 여파에 경기침체 우려가 겹친 가운데 미국의 압박과 중국 정부의 투자 축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중국 반도체산업은 올해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반도체 기술 및 공급망 정상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칩톡]경기침체 우려에 힘빠진 中 반도체 굴기…매출 21%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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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시장 중 가장 큰 반도체 매출 감소율

16일(현지시간)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최근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11월 반도체 매출은 134억1000만달러(약 16조57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9.2% 감소한 454억8000만달러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중국 반도체 매출 감소폭은 매우 큰 것이다. 미국(5.2%), 유럽(4.5%), 일본(1.2%) 등 다른 주요 반도체시장의 매출이 소폭 성장한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반도체시장 매출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봉쇄조치 여파로 소비가 크게 침체됐던 것이 주된 요인으로 손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보통신기술학회(CAICT)가 집계한 중국의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한 2220만대에 그쳤다.


SCMP는 "전통적으로 11월은 중국의 최대 전자제품 소비 성수기인 광군제와 맞물려 있어 매출 신장이 기대됐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기대만큼 소비 특수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중국 반도체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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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에 中 정부도 반도체 지원 지속 부담

2014년부터 자국 반도체 산업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중국 정부 내에서도 투자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8월 반도체 산업 육성기금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관련 고위 관계자들이 비리 혐의로 대대적인 수사를 받은 이후 반도체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많은 관료들은 더 이상 반도체 산업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하는 데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지난 2014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마련된 국가 펀드로 지금까지 450억달러(약 56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16~17%대에 머물고 있고, 2025년에야 20%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효율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당초 자급률 목표인 70%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투자효율의 이유는 주요 자금이 정경유착 심화로 인해 제대로 투자되지 못하고, 부실기업으로 흩어졌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중국 내 반도체 관련 기업은 3470곳이 폐업했는데, 이는 2021년 반도체 관련 폐업 회사 수인 3420곳을 넘어선 수치다. 2020년에는 1397곳이 폐업하는 등 우후죽순으로 난립했던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부실로 폐업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가 덮치면서 재정 부족에 시달리게 된 중국 정부가 더이상 과감한 반도체 투자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봉쇄조치 여파를 수습하고 경기부양책을 펴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7조7500억위안(약 1430조원)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해 더 이상 예전처럼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제 중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 투입보다는 반도체 재료 공급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정도의 간접적 지원만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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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죄어오는 美 압박…"관계 개선이 필수"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압박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일본과 네덜란드에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중국 반도체 업계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CNN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한 데 이어 17일에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다. 양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주요 의제 중 하나는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문제로 미국 정부는 양국에 14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상의 반도체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장비 수출 금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단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12일 성명을 통해 WTO 분쟁 해결 절차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WTO 제소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라며 "미국은 반도체의 정상적인 국제 무역을 저해해 세계 공급망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전형적인 보호주의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전방위적인 미국의 반도체 압박을 중국이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은 반도체 등 산업문제뿐만 아니라 안보, 기술 탈취, 코로나19, 환경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서 충돌하고 있다"며 "내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과 올해 11월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양국 간 접촉할 기회가 생기는 만큼, 긴장 완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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