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영항공사 해킹…유명인 개인 정보 유출돼

부총통, TSMC·폭스콘 창업자, 배우도 피해
해커, 거액 요구한 다음 회원 DB 공개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대만의 국영항공사인 중화항공이 해킹 공격을 받아 차기 대권주자인 라이칭더 부총통과 반도체 제조회사인 TSMC의 창업자 장중머우 등 정·재계 인사 및 유명인들의 개인 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자유시보와 연합보 등 대만 현지 언론은 중화항공이 지난 7일 자사 사이트를 해킹해 거액을 요구하는 익명의 사이버 협박 편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중화항공은 협박 편지를 받은 즉시 항공경찰국에 신고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의 국영항공사인 중화항공이 해킹 공격을 받아 회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은 중화항공 여객기.[사진출처=연합뉴스]

자유시보 등은 현재 중화항공의 정보통신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비행 운항에도 영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회원 정보를 부당하게 사용한 사건 또한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 당국은 의심스러운 접속지 자료(IP 주소)와 전자지갑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 아이피(IP)주소가 대만 국내가 아니라 해외인 것을 파악했다. 이에 내정부 형사경찰국 국제과와 공조를 통해 수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화항공의 경찰 신고에 불만을 품은 해커는 해외 사이트에 중화항공 회원 데이터를 공개하며 2차 공격에 나섰다.

해커가 공개한 명단에는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 장중머우 TSMC 창업자, 컴퓨터 및 전자기기 제조회사인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 우자오셰 외교부장(장관), 왕궈차이 전 교통부장 등 정·재계 인물들은 물론 여배우 린즈링(임지령), 비비안수, 쉬시디(서희제) 등 유명 연예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항공의 회원 자료에는 회원 번호, 중문과 영문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및 기타 개인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

연합보는 해커가 앞으로도 중화항공 침입 경로와 함께 모든 시스템 목록과 300만 명에 달하는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추가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또 해커는 "중화항공이 해킹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시간만 끌어 이달에만 두 차례 공개가 이뤄졌다"며 "해킹 피해자들은 중화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해커가 공개한 회원 자료에 대해 중화항공은 "부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화항공 회원에게 개인 정보 보안을 위해 정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대만 교통부 민용항공국은 중화항공에 사건 전모에 대한 해명 요청과 함께 항공사의 대응 및 사후 조치, 향후 내부 데이터 운영 등 각종 개선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