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10년을 끌어온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이 마무리됐다. 노사가 직원과 퇴직자 3만8000여명에게 6300억원 가량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회사는 경영상 커다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조선사들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같은 날 정부는 전라남도 영암에서 열린 현장토론회에서 조선업 일손 늘리기를 위해 숙련기능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비자의 경력 요건을 5년에서 4년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숙련기능인력 비자 발급 인원도 연간 2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과거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 조선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두 장면이다. 업황 부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년간 수조 원의 적자가 쌓였고,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서 곳곳에 문제가 쌓이고 있다. 경영 부담은 늘어나는데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통상임금 소송에 이어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고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까지 나오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우려가 퍼지고 있다. 조선사뿐만 아니라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차, 기아, 삼성전자 등 업종불문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정규직 확대나 임금 인상을 모두 수용한다면 인건비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연구개발이나 설비 재투자는 상대적으로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조선업의 상황은 어떤가. 저임금을 무기로 조선업에 뛰어든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도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 최근 친환경 바람을 타고 LNG선 수주로 선방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라도 늘려서 조선업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은 말 그대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중장기 조선산업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조선사들은 수십만의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고려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한다. 원·하청 임금 격차에 따른 업무분장 등 제도적 개선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갈 길은 먼데 '사공(沙工)'은 보이질 않는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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