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특허 전략 세웠더니 수출길 열리더라
수백건의 특허 장벽 비껴간 바이오기업
특허청 'IP R&D 전략지원 사업’ 참여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 ‘알테오젠’은 기술 수출만으로 총 6조원이 넘는 잭팟을 터트린 것으로 유명하다. 2020년에는 한 글로벌 제약사와 4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알테오젠의 주력 상품은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인슐린처럼 간편하게 피하주사 형태로 바꾸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항암제 같은 약물 투여 시간이 줄어 환자와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된다. 알테오젠을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한 숨은 공신은 ‘특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을 개발한 후 특허로 보호했기 때문에 글로벌 독점기업(미국 할로자임)과의 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알테오젠이 등장하기 전, 할로자임은 이미 이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수백 건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해 매년 3500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받았다. 할로자임을 독주를 막으려면 기술만으론 불가능했다. 할로자임의 특허를 회피해 사업화할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특허청의 문을 두드렸다. 특허청은 2009년부터 지식재산(IP) 연구개발(R&D) 전략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의 특허 분쟁 위험을 줄이고 핵심 특허를 확보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IP 전문가와 특허 분석기관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기업을 일대일 맞춤형 지원한다. 올해 이 사업으로 약 500개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 부담금은 사업 금액의 20~40%다. 알테오젠은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 이 사업에 참여해 특허 전략을 짰다. 특허청 산하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고명숙 전문위원이 IP 전문가로서 알테오젠과 합을 이뤘다.
고 전문위원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선두기업이 쌓아놓은 특허 장벽을 비껴갈 ‘특허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테오젠을 처음 만났을 때 기술 개발은 이미 진행 중이었고, 기술이 사업화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이 좋다고 모두 사업화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원천기술을 가진 선두기업이 있다면 분명 후발주자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특허 장벽을 만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테오젠의 니즈는 할로자임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사업화할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알테오젠의 니즈는 할로자임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사업화할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고 전문위원은 할로자임의 특허를 상세히 분석하고 이를 회피해 사업화할 수 있는 R&D 방향을 도출했다. 그는 "알테오젠은 매우 적극적으로 IP R&D 사업에 참여했다"며 "2주에 한 번씩 나와 변리사, 알테오젠 등 3자가 만나는 전략회의를 대표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허 하나하나를 살피고 분석해 회피할 틈새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일 할로자임의 특허 분석 결과 회피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난다면 지금까지 나온 R&D 결과물은 폐기해야 했다. 고 전문위원은 "하나의 특허를 회피하는 방법이 다른 특허에서는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판단과 전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석 달에 걸쳐 정기적으로 만나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쥐어 짠 결과, 할로자임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사업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타 기업의 특허를 회피했지만, 이제 알테오젠의 기술이 사업화된다면 또 다른 후발주자가 알테오젠의 기술을 모방하겠죠. 알테오젠도 할로자임처럼 특허 장벽을 만들어야 했어요."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타 기업의 특허를 회피했지만, 이제 알테오젠의 기술이 사업화된다면 또 다른 후발주자가 알테오젠의 기술을 모방하겠죠. 알테오젠도 할로자임처럼 특허 장벽을 만들어야 했어요." 고 전문위원은 할로자임의 특허 전략을 교과서처럼 벤치마킹했다고 전했다. 그는 "할로자임의 특허 전략은 매우 훌륭한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물론 할로자임의 특허에서 구멍을 찾아 회피가 가능했기 때문에 그대로 벤치마킹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 전문위원은 "기업의 생존은 기술력에 있고, 그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특허 전략에 있다"고 강조했다. 선발주자는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특허장벽을 높게 구축해야 하고, 후발주자는 선발주자의 특허장벽을 깨뜨려야 한다. 그는 "기술 보호에 대한 관심 없이 사업화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창업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는 특허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특허는 매우 다양한 지식의 보고"라며 "특허를 읽지 않고 기술을 개발한다면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중복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허의 아이디어를 읽는다면 현재 연구자가 가진 아이디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고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능력이 있는 경영자의 기업이라면 2배는 더 성공할 역량이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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