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1월 들어 8% 넘게 하락
경기 침체, 中 코로나 환자 폭증, 따뜻한 날씨 영향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유가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중국발 호재로 상반기 중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유가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어서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유가 방향성이 바뀔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었던 투자자들도 하락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2월물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이달 들어 약 8% 하락한 74.83달러를 가리켰다. 지난해 12월 초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이자 최대 수입국인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WTI는 70달러대에서 80달러대로 10% 넘게 상승하기도 했지만, 더 오르진 않았다. 당시 전문가들도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완화 기조가 경기 활성화 정책으로 연결돼 원유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봤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수요 확대 전망에 힘이 빠진 탓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고 있고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시행으로 공급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수요 위축 우려가 더 컸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미국 ISM 제조업 구매자 관리지수가 둔화세(2개월 연속 기준선 50 아래)를 이어가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겨울 날씨도 유가 하락 요인이다. 예년보다 더 추운 겨울을 맞을 것이란 우려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석유가 대체 수요로 주목받았지만,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하게 나타나자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것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 최근 달러 인덱스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100 초반으로 내려왔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언제든지 달러 방향성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급등할 경우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코로나 확산세와 경기 침체 국면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유가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들도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최근 10거래일간 개인 상장지수증권(ETN)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엔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30억원)과 신한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11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장기적으로 2분기 이후 중국의 원유 수요가 늘면 유가가 반등할 순 있겠지만, 추세적 오름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2008년과 2009년 당시엔 원유 가격이 저점을 기록한 이후 중국의 성장과 글로벌 수요 확장으로 랠리가 나타났지만, 이번엔 원유 수요량이 예전만큼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의 소비량 모두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보급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도 국제 유가하락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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