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 출자
협동 로봇 비롯해 전방위 기술 협력 기대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로봇 사업을 유망 성장 분야로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집중하던 삼성전자가 협동 로봇 제조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지분을 10% 이상 확보하고 이사 지명권도 확보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59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신주 발행가는 3만400원으로 기준 주가 3만3758원 대비 10% 할인율을 적용했다. 납입일은 오는 11일이며 신주는 20일 상장한다. 삼성전자는 신주 194만200주(지분율 10.3%)를 확보한 2대주주로 올라선다.
주주 간 계약 체결해 기존 이사진과 협력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사내이사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고 이사 1인 지명권을 확보했다. 아울러 최대주주인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이정호 대표, 허정우·임정수 기술이사 등 사내이사 4인은 일정 기간 삼성전자 동의 없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지분을 처분할 때 삼성전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로봇 사업화 전담팀(TF)을 상설 조직인 로봇 사업팀으로 격상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 첫 행보가 로봇 사업"이라며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기술을 축적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을 경험하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11월에도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 가정 내 '1인 1로봇'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 사업에 진심인 삼성전자가 국내 로봇 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과학기술원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의 연구원이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인간형 이족보행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핵심 부품 및 요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F1 머신'을 통해 기술을 뽐내듯이 로봇 공학의 정점에 있는 로봇 플랫폼 가운데 하나가 인간형 이족보행로봇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기술 경쟁력은 기업부설연구소에서 나온다. 2011년 연구소로 인정받고 협동로봇 연구개발 1년 만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연구인력 32명이 연구개발(R&D) 활동을 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제품의 기술 고도화 및 신제품 개발 등을 담당한다. 국내 최초로 인간형 로봇인 '휴보(Hubo)'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기계공학과 명예교수가 기술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핵심 부품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제어 알고리즘 등도 자체 개발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했고 시장 변화와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삼성전자가 직접 투자를 결정한 배경도 원천기술과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연구인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주 간 계약을 해서 핵심 인력 이탈을 막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 개발 능력이 뛰어나 삼성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 로봇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행로봇과 가정용 로봇 등 전방위 기술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를 등에 업은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현대차 그룹이 2021년 1조원을 투자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자율주행차, 물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에 관한 구상을 통합하고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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