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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1년]검찰, 잇따른 CEO 기소…위헌성 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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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안전보건업무 실질적 의사결정권자가 처벌 대상"
"고용부, CEO 처벌 주력… CSO 제도 형해화" 지적도
법조계 "실질적 역할 수행하는 전담조직 필요" 조언

[중처법1년]검찰, 잇따른 CEO 기소…위헌성 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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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허경준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1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처벌이 늘고 있지만 처벌 주체와 범위가 모호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을 통해 중처법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중대재해가 발생한 업체의 대표이사들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울산·인천·춘천·제주지검과 창원지검 마산지청은 최근 공장이나 공사 현장 등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을 수사한 뒤 경영 책임자인 대표이사를 모두 중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울산지검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직접 공사를 맡지 않고 하청업체에 공사를 맡긴 원청업체의 대표이사들이다. 검찰은 원청 대표이사들이 사고 예방을 위해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확인·개선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등 중처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공소사실을 구성했다.


중처법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1항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근로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1호)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2호)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3호)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4호) 등을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면서 1호와 4호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검찰 "안전보건 실질적 책임자가 처벌 대상"… 현장에선 CSO 대신 CEO 입건·처벌

우선 검찰은 중처법 적용 대상을 ‘안전보건업무에 관한 회사의 예산·인사결정권자’로 보고 있다.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를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업무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를 처벌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기업에 따라 CEO가 중처법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중처법이 모호해 검찰이 처벌 대상을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에 맞춰서 처벌 대상을 선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CSO가 있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CEO의 결재를 받고 안전·보건에 대한 예산 등이 집행되고 있다면, CEO가 중처법의 처벌 대상에 해당된다.


검찰 관계자는 "안전보건과 관련한 권한을 누가 총괄하는지가 처벌 대상을 가르는 핵심"이라며 "안전을 책임지는 직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권한이 없다면, 경영책임자가 중처법의 처벌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중대산업재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가 실무상 CEO를 입건해 처벌하는데 주력하면서 CSO(Chief Safety Officer)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경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중처법은 '경영책임자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고용부 수사에서는 CSO가 대표이사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경우는 물론, 심지어 CSO가 각자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는 경우까지 CEO만을 입건해 처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법이 규정한 CSO 제도를 형해화시키는 것으로, 법 운용과정에서 CSO 인정과 관련한 보다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 아직 양형기준 마련 못해… 올해 하반기 9기 양형위서 논의될 듯

법원은 아직 중처법에 대한 양형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모양새다. 제8기 양형위원회 임기가 오는 4월 만료되는데, 중처법은 이 기간 내 논의할 범죄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후 새로 꾸려질 9기 양형위에서 대국민 의견을 받아 새로 설정할 범죄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올해 후반에나 중처법 양형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법원은 재판 실무에서 다룰 중처법 쟁점에 대한 의견만 수렴하고 있다. 중처법과 관련해 아직 실무상 선례가 축적되지 않은 만큼 기존 연구를 정리하고 각계의 견해를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중처법과 재판 실무상 쟁점' 학술대회에서는 책임 주체를 누구로 하고, 어디까지 한정할 것이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법원이 아직 처벌 주체와 범위를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한 만큼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아직 법원의 선례가 없고, 검찰의 수사 기준도 불명확한 만큼 각 기업이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구성해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등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안전보건 전담조직이어야만 법적인 경영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 노동그룹장인 오태환 변호사는 "안전보건 전담조직은 단순히 형식적인 조직으로만 기능해선 안 되고, 실질적인 역할과 기능에 맞는 역할과 책임(R&R)을 부여받아야 한다"며 "특히 CSO 체계와 연동해 CSO가 경영책임자의 지위에서 상시로 전담 조직을 관리·감독하게 된다면 중처법에 따른 기업의 법적, 경영상 리스크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지법, 두성산업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사건 검토 중… 명확성·평등원칙 위반 소지

한편, 법조계에서는 중처법의 불명확한 처벌 기준과 과한 형량에 대한 헌재의 위헌성 판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아직까지는 중처법의 위헌성이 문제된 사건은 헌재에 접수된 게 없다. 중처법 위반 혐의로 처음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두성산업이 지난해 10월 창원지방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아직 제청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달 18일 열리는 공판기일에 중처법의 위헌성에 대한 두성 측 변호인의 주장을 들어본 뒤 제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제청 신청을 기각하더라도 두성 측은 헌재법에 따라 곧바로 헌재에 중처법의 위헌적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만큼 올해 상반기 헌재가 중처법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관 출신 안창호 고문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화우 변호인단은 두성산업 사건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규정한 중처법 제4조 1항과 제6조 처벌 규정, 손해액의 5배까지 민사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 제15조 등이 헌법상의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 등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명확성이 있어야 하는데, 중처법은 '경영책임자등'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라고만 규정해 그 규정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 중처법은 '1년 이상의 징역(최대 징역 30년)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동일한 사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고,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를 발생시킨 경우에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 것과 비교해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나 위헌적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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