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 플랫폼 발전방안, 뚜껑 열어보니 무더기 규제
플랫폼 핵심 정보 공개·M&A 심사 강화 부작용 우려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사가 연초부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가 플랫폼의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에 대응하겠다며 무더기 규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입점업체에 플랫폼 핵심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업계 반발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9일 '혁신과 공정의 디지털 플랫폼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했다. 플랫폼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기업을 건전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9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를 막기 위해 '독과점 심사 지침'을 제정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전통 산업 기준이라 업종을 넘나드는 플랫폼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또 플랫폼이 사업을 부문별하게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결합(M&A) 심사기준'을 강화한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해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에 입점 업체가 접근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플랫폼 검색·추천 서비스에서 입점업체의 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을 공개하는 식이다. 정부는 민간 기구가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도록 지원해 자율 규제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대규모 인공지능(AI) 컴퓨팅 자원 구축, 서비스형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 등 플랫폼 육성 전략도 내놨다.
업계에선 무늬만 발전 방안일 뿐 사실상 규제 엄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단 9개 핵심 과제 중 6개가 규제다. 더구나 토종 플랫폼 성장을 위협하는 글로벌 빅테크 견제안은 빠져있다. 대형 플랫폼사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을 키우겠다면서 해외 빅테크 얘기는 없고 지원책에도 예산이나 방법론이 빠져있다"며 "말은 자율이지만 범정부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 카카오 사태로 플랫폼사가 할 말을 못 하는 상황에서 일부 내용은 제대로 된 공청회 없이 발표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입점업체가 플랫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검색 정보를 노출하는 기준은 플랫폼사에 핵심 영업 기밀이기 때문이다. 이를 공개할 경우 어뷰징 등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플랫폼이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면 불필요한 갈등만 양산할 수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이 대표적인 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준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알고리즘을 검증한 결과 조작이 없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진행 중이다.
플랫폼 규제로 불똥을 맞았다는 곳도 있다. 스타트업계다. M&A 심사기준이 강화되면 플랫폼사에 인수돼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으로 자금줄이 마르고 기업공개(IPO)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출구 없이 폐업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M&A를 떠나 투자도 막힐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 가치가 없는데 누가 자금을 대겠냐"고 반문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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