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 소재로 만들어져 화재 취약
2020년 용인 고가도로서도 비슷한 사고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29일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 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와 트럭 간 추돌사고로 시작됐지만, 방음터널로 순식간에 불이 번지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음터널은 교통소음을 저감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방음터널에 사용된 자재들이 화재에 취약한 플라스틱이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한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방음터널의 투병 방음판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폴리카보네이트(PC) 등을 사용하게 돼 있다. 두 자재는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나지만, 화재에는 취약한 가연성 자재다.
이번 방음터널 화재 발생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방음터널 내부가 모두 불길에 휩싸여 있고 다량의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불에 타 붉은색으로 변한 천장이 녹아떨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2020년 8월에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신대호수사거리 고가도로 방음터널 안에서 달리던 BMW 차량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차량에서 시작된 불이 방음터널로 옮겨붙어 터널 내부 50m가량을 태웠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음터널 화재도 가연성 자재로 만들어진 방음터널 패널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PMMA, PC 등 플라스틱 자재는 가볍고 시공성이 좋아 건설 현장에서 많이 쓰이지만 불이 날 경우 목재보다 화재 확산 속도가 빠르고, 많은 유독가스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일본 등 국가에서는 방음판 재료로 불연재를 사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방음터널 관련 화재 안전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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