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조상 묘 벌초 대행 이용권, 대리효도 상품권, 천하장사와의 식사권, 백제 금동대향로 모형 등.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고향사랑 기부제에 따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선정한 기부 답례품들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주는 제도다. 기부상한액은 1인당 연간 500만원이며, 지자체는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기부금 10만원까지는 전액, 초과분은 16.5%를 정부가 세액공제로 돌려준다. 기부자는 지자체가 정한 답례품 중 마음에 드는 품목을 골라 받을 수 있다.
다만, 법인과 단체는 고향사랑 기부제에 참여할 수 없으며, 본인이 거주하는 지자체에도 기부할 수 없다. 지방선거 등에 악용될 소지를 막기 위해서다. 지자체는 답례품으로 백화점 상품권, 현금, 귀금속 등은 선정할 수 없다.
정부가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한 것은 '지방 소멸'이란 국가적 위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 격차에 따른 인구 유출 가속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지난해 0.81명) 등으로 위기를 감지한 정부가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 89곳 지정,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등과 함께 내놓은 대책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원조는 일본이 2008년 도입한 '후루사토(고향) 납세'다. 지난해 후루사토 납세로 740만명이 기부에 참여했고, 기부금은 8302억엔(약 8조원)이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홋카이도 시라누카정은 전체 세수의 6배인 63억엔을 기부금으로 확보하는 등 지방 재정 확충과 지역 활성화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98%의 지자체는 기부자가 기부금 용도를 선택할 수 있게 했고, 80%의 지자체는 기부액과 용도를 투명하게 밝히면서 제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기부금 유치를 위한 답례품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사카타시는 바이오매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답례품으로 제공, 매달 전기료를 줄일 수 있다. 후지에다시는 카페에 고향 납세 자동판매기를 설치, 즉석에서 결제하게 하고 답례품으로 호텔 숙박권과 골프채 등을 제공한다.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던 지자체들은 고향사랑 기부제가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지역을 회생시키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기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답례품이 기부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답례품 선정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경북의 한 지자체 고향사랑기부제 담당 직원은 "답례품이 기부 지역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지역 농특산물 등으로 답례품을 선정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되면서도 고향을 느낄 수 있는 답례품 선정을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답례품을 선정해 주목된다. 경북 영천시 등은 '조상 묘 벌초 대행 이용권', 충남도는 부모의 병원 통원 등을 돕는 '대리효도 상품권', 전남 영암군은 '천하장사와의 식사권', 나주시는 지정문화재 숙박권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강원 영월은 불멍·별멍 등 '멍때리기', '웰낙(웰빙+즐거움)' 걷기, 산채 도시락 등 체험 3종 세트, 강원 화천은 산천어 얼음낚시, 평화의 댐 오토캠핑장 이용권, 대전 서구는 이응노 미술관 이용권, 광주 동구는 미술 작품 등으로 눈길을 끈다.
충남은 어리굴젓(서산), 새우젓(홍성), 머드(보령) 등 지역 특산물과 철화분청사기 어문병, 동탁은잔 세트, 백제금동대향로 모형, 백제 다기 세트 등을 답례품으로 준비했다. 부산은 고등어, 어묵, 대저토마토 등 특산품과 신발 관련 상품권, 부산 시티투어권 등을 마련했고, 광주는 말꼬리·족제비·염소 털을 이용해 전통 필장 명인이 만든 진다리붓 등을 선정했다. 대전 서구는 성형외과가 많은 특성을 살려 성형외과 이용권, 뷰티·메이크업 이용권 등을 추진했지만 행정안전부의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라 다른 답례품을 준비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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